7개월 만 1800만 코로나 감염... "여름 통제 못해"

입력
2020.08.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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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장기화 확실, 100년 만 위기"
확산 속도 계속 빨라져, 가을 더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병 7개월 만에 누적 확진 환자 수 1,800만명을 넘겼다.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라 확산 속도도 빨라지는 등 위력은 여전하다. 바이러스 억제의 적기로 여긴 여름을 그냥 보내고 가을로 접어들어 전망도 밝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희망적 메시지 대신 최고 수준의 감염병 경보를 유지하며 각국의 방역 대응에 분발을 촉구하고 나섰다.

WHO는 1일(현지시간) 전날 열린 긴급위원회 제4차 회의 결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WHO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강도 높은 위기 경보다. 여기에는 처음 비상사태를 선포한 올해 1월 30일 이후 반년 동안 상황이 별반 개선되지 않았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WHO는 오히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장기화만 공언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회의에서 “100년에 한 번 있을 만한 보건 위기”라며 “그 여파는 앞으로 수십년간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화 조짐은 가팔라진 감염 속도에서 확인된다. 글로벌 누적 확진자(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기준)는 6월 28일 1,000만명을 넘어선 뒤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후 25일 만인 지난달 22일 1,500만명을 돌파하더니 1,600만명, 1,700만명을 넘어서는 데는 각각 나흘 밖에 걸리지 않았다. 2일(오후 3시 기준) 전 세계 누적 감염은 1,802만2,131명으로 지난달 30일 1,700만명을 넘어선 지 사흘 만에 100만명이 또 늘었다.

실제 수많은 나라들이 하루 신규 발병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1일 멕시코의 일일 확진자 수(9,556명)는 전날 최고 기록(8,458명)을 넘어섰다. 필리핀 역시 지난달 30일(3,954명)과 31일(4,063명), 이달 1일(4,963명)까지 사흘 연속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세계적으로도 지난달 31일 하루 신규 확진자 수(29만2,533명)는 사상 최다, 이달 1일(28만9,321명)은 역대 두 번째를 각각 찍었다.

주요 코로나19 발병국은 여름을 전혀 통제하지 못했다. 오히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이동이 잦아지면서 재확산 기세만 거세졌다. 프랑스는 지난달 31일 하루 확진자가 1,346명 발생해 사흘 연속 1,300명을 웃돌았다. 이는 전국 봉쇄령이 내려졌던 4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재봉쇄 조치를 내린 국가들도 적지 않다. 호주는 남동부 빅토리아주(州) 멜버른에서 확진자가 급증하자 지난달 8일 두 번째 봉쇄령을 6주간 내렸는데, 아직 확산세를 끊지 못해 연장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 감염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의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것도 팬데믹 장기화를 이끄는 요인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7월 미국 확진자 수는 190만명으로 이전 월별 최고치인 4월(88만명)의 두 배가 넘는다”고 집계했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는 1일 기준 처음으로 누적 확진자 50만명을 돌파한 주가 됐다. 이런 확산세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밀려 대면 수업을 추진했던 미시시피주 코린스 교육구와 인디애나 행콕카운티에서는 지난달 31일 각각 고교생 한 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집단감염 우려만 더했다. 감염병 전문가인 엘리 머레이 보스턴대 교수는 일간 워싱턴포스트에서 “여름에 코로나19 통제 기회를 잡지 못하고 나쁜 상태에서 가을로 향하고 있다”고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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