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부동산 정책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사태 등 주요 이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으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를 두고 여당 입장에서 전체 국민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반대나 비판 목소리까지 끌어안고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여당이기 때문에 공감 능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 2법(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에 대한 야권의 비판을 반박하다 오히려 역풍을 맞은 게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 1일 윤준병 의원은 임대차 2법이 전세의 월세 전환을 가속화할 거라는 지적에 대해 “나쁜 현상이 아니다. 전세 소멸을 아쉬워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 분들의 의식 수준이 과거 개발 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언급했다. 그간 서민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전세 제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동떨어진 발언으로, 야권에선 “공감능력 0”란 비판이 나왔다. 박범계 의원도 임대차 2법의 문제를 지적한 ‘5분 발언’으로 화제가 된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을 향해 “국회 연설 직전까지 2주택 소유자이고 현재도 1주택 소유하면서 임대인”이라고 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앞서 윤희숙 의원은 복잡한 임대차 시장을 고려하지 않고 숙의 과정 없이 법안 처리를 강행한 민주당을 꼬집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윤희숙 의원을 비판한 박 의원이 다주택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 의원은 2일 다시 "결국 하고 싶은 얘기는 임대인 얘기였다"고 윤희숙 의원에 대한 비판을 거두지 않았다.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때도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가해자 입장에 선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침실 속옷 등 언어의 상징 조작”, “박 전 시장을 가해자로 기정사실화하는 건 사자(死者) 명예훼손” 등 2차 가해도 서슴지 않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 때는 청년층 분노를 “조중동의 가짜뉴스 때문”이라고 폄훼했다가 도마에 올랐다.
당 내부에서는 야당 시절과 비교해 "일반 국민과 공감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권 교체 전인 19대와 20대 국회 초반만 해도 민주당은 세월호 참사나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국정 역사교과서 강행,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 각종 이슈가 터질 때 박근혜 정부를 향해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그런 모습이 지금 실종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당 지도부가 서민 주거안정이나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만큼은 합리적인 비판도 기득권의 정치적 공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러니 지지층만 보고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재의 입법부와 행정부 관계에서 정책을 책임지고 집행해야 하는 정부와 이를 강하게 뒷받침해야 하는 여당의 관계상 불가피한 모습"이라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