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4개월 동안 착용해 온 ‘아베노마스크(아베의 마스크)’로 불리는 천 마스크를 교체했다. 이제서야 국민들로부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온 천 마스크를 슬쩍 바꿔 착용한 총리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도쿄 총리관저에 들어서면서 코에서 턱까지 덮는 흰색 면 마스크를 착용했다. 전날까지 착용했던 아베노마스크는 코 주변 정도만 가리는 크기였기 때문에 변화는 쉽게 눈에 띄었다. 총리 주변에서는 아베 총리가 기존의 마스크를 벗은 이유에 대해 “민간 마스크가 시장에 충분히 전달되면서 천 마스크의 수요가 줄었다”며 “이후에도 다른 마스크를 착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지통신 등은 2일 아베 총리의 새 마스크는 후쿠시마현에서 제작된 천 마스크이며 후쿠시마 부흥을 지원하기 위한 의미가 담겨있다는 총리 주변의 설명을 덧붙였다. 마스크 품귀 현상 이후 아베 총리가 솔선수범해 천 마스크를 착용해 왔으나 현재는 품귀가 사라져 더 이상 착용할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아베 총리가 아베노마스크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후쿠시마현을 방패 삼아 아베노마스크 착용을 그만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월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과 마스크 품귀 해소를 위해 가구당 면 마스크 2장씩 배포하기로 결정한 뒤 4개월간 공식 석상에서 아베노마스크를 착용해 왔다. 그러나 배포 초기 머리카락 등의 이물질이 발견돼 정부가 불량품 회수와 검사 강화에 나서면서 정작 필요할 때 마스크가 도착하지 않았다. 마스크의 배포가 완료된 시점은 2개월이나 지난 6월 말이었다. 이에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받으며 코로나19 대응을 둘러싼 아베 정부의 정책 실패를 상징하는 물건으로 전락했다. 아베 총리 주변 다른 각료들도 정부가 배포한 천 마스크가 아닌 일반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민심은 물론 측근으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주에도 노인돌봄 시설과 보육시설에 8,000만장의 면 마스크를 추가 배포키로 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천 마스크를 지원하기보다 그 예산으로 의료현장 지원이나 유전자증폭(PCR) 검사 체제 확충에 사용하라는 지적이 빗발치면서다. 지원대상인 노인돌봄 시설에서도 일일이 세탁해 사용해야 하는 천 마스크보다 일회용 마스크 지원을 바라고 있다. 이에 정부는 전국에 일률적으로 배포한다는 계획에서 희망하는 시설에만 천 마스크를 배포하기로 방침을 바꾸는 등 민심과 동떨어진 정책에 따른 혼선을 반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