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생산ㆍ소비ㆍ투자 등 3대 실물지표가 6개월 만에 일제히 반등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이후 3대 지표가 처음 동반 상승하면서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그간 부진했던 생산 부문이 여전히 1년 전과 비교하면 마이너스 상태이고, 미국 등 해외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회복을 낙관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4.2% 증가했다. 전 산업생산은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1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하다 처음 반등에 성공했다.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 7.2% 깜짝 증가하면서 전산업 생산 증가를 견인했다. 코로나 사태로 폐쇄됐던 주요국 경제가 재가동돼 지난달 수출이 회복된 영향이 컸다. 수출 주력 제품인 자동차(22.9%), 반도체(3.8%) 등 생산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4월부터 플러스로 돌아섰던 서비스업 생산도 개학과 경제활동 본격 재개 등 영향으로 5월에 이어 6월에도 2% 이상 증가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도 전월보다 2.4% 늘었다. 투자 지표인 설비투자 역시 전월보다 5.4% 늘었고, 건설업체가 시공한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도 0.4% 증가했다.
이처럼 생산, 소비, 투자 등 3대 실물경제 지표가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 동반 상승하자 정부는 하반기 경기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생산, 지출 측면의 모든 구성지표가 증가하는 등 개선 조짐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며 "3분기 경기 반등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개선된 지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낙관은 이른 상황이다. 6개월 만에 반등한 전 산업생산의 경우, 해외 수출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다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깜짝 반등도 주요국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수출시장 회복 영향을 크게 받았는데,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면서 주요국 경제가 다시 폐쇄(셧다운)될 가능성도 크다.
미국의 2분기 경제 성장률(전기대비 연율)이 -32.9%로 1947년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는 점도 하반기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미중 간 전방위 갈등으로 회복세에 접어든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어, 한국의 전반적인 교역 조건 역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호전된 지표가 '기저효과'로 인한 착시라는 분석도 나온다. 5월 산업생산 지표가 너무 나빴기 때문에, 이와 비교한 6월 지표가 크게 상승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광공업과 제조업 등 주요 생산지표는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서는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다.
일찌감치 플러스로 돌아섰던 소비지표 상승세도 최근 둔화되고 있다.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등 재정확대 정책의 약발이 다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6월 소매 판매액은 전월대비 2.4% 증가했지만, 이는 재난지원금이 풀렸던 5월 상승세(4.5%)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하반기에도 8대 소비 쿠폰을 푸는 등 소비살리기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기저효과로 깜짝 반등한 지표를 경기 개선 징후로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며 "코로나 사태로 선진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어, 하반기에도 수출 시장이 좋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