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홍콩 출신 망명자들을 받아들일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으로 헥시트(홍콩 탈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영국에 이어 미국도 홍콩인 망명자 수용을 대중 압박 카드로 거론한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상원 외교관계위원회에서 열린 국무부 예산심의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중국 공산당은 우리 시대의 중심 위협"이라며 "미국 외교당국은 중국 공산당의 위협에 맞설 국제적 연대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홍콩 시민들에게 망명 기회를 주거나 비자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를 검토하고 있고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에서 미국으로 망명하려는 홍콩인을 어떻게 다루고 그들에게 비자를 보장해 줄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홍콩 특별지위 박탈 행정명령에는 인도적 차원에서 홍콩 난민 수용을 늘리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그간 연간 난민 수용 한도를 지속적으로 축소해온 기조는 유지하되 홍콩은 예외를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영국은 홍콩인 수백만명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기로 했다"며 "영국이 좋은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의회 발언은 홍콩 내에서 민주파 세력의 입지 축소 등으로 보안법을 피해 해외로 이주하려는 움직임이 연이어 포착되는 상황에서 나와 주목된다. 홍콩 민주화 세력에 대한 중국 정부의 통제와 압박이 가속화하면서 논란이 커지는 와중에 미국이 정치적 피난처가 될 수 있음을 공식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홍콩 난민 수용 카드를 대중 압박의 고리로 삼겠다는 의미다.
실제 홍콩에선 중국 정부의 민주화 세력 탄압이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 홍콩 당국은 30일 오는 9월 6일 열릴 입법회(우리의 국회) 선거에 출마하려던 야당인사 12명의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이들 중에는 2014년 '우산혁명'을 주도한 조슈아 웡(黃之鋒) 전 데모시스토당 비서장도 포함됐다. 그는 지난해 미국을 방문해 홍콩인권법 제정을 촉구한 게 문제가 됐다.
이런 가운데 홍콩 정부는 입법회 선거를 연기한다고 31일 공식 발표했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월 이래 7개월간 전염병과 사투를 벌였지만 우리는 항상 최고의 경계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오늘 비상대권을 발령하는 가장 힘든 결정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 중앙정부의 지지를 받았다고 람 장관은 설명하면서 "올해 9월 6일 선거를 내년 9월 5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