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 중인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현재 양사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10월 ITC의 최종 판결 이전에 합의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단, LG화학은 객관적 근거를 토대로 한 합리적 수준이어야만 합의가 가능하다는 전제를 달았다. 아울러 영업 비밀 침해 행위는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중대한 사건이라며 SK이노베이션을 향한 일침도 빼놓지 않았다.
LG화학 측은 31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10월 최종판결 전 협상을 통해 합의할 수 있다"며 "합의는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합리적인 수준이라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기술 노하우 등 영업 비밀 침해 행위는 회사의 기업가치와 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전지사업은 기술의 가치가 사업의 가치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며 "소재ㆍ부품 사업의 특성상 오랜 연구 개발과 현장의 시행착오 과정을 거쳐 노하우 형태로 쌓은 기술력"이라고 강조했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이 비정상적인 채용 행위를 통해 산업 기밀과 영업 기밀을 부정 취득했다며 ITC에 제소했다. ITC는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예비판정을 내렸고 SK이노베이션은 이의를 신청했다. ITC는 재검토를 거쳐 10월에 최종 판결을 할 예정인데 법조계와 업계에서는 ITC 예비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ITC가 최종적으로 SK이노베이션에 패소 판결을 내리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 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다급해진 SK이노베이션이 현재 LG화학과 합의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소송과 관련해 지난 29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 외에 따로 더 밝힐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공시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6조9,352억원, 영업이익 5,716억원의 시장 전망을 크게 뛰어 넘는 실적을 올렸다. 2018년 3분기 이후 최대 실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31.5% 뛰었다. 특히 전지 부문에서 매출 2조8,230억원, 영업이익 1,555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