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 공개됐던 새 아이폰 시리즈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예년보다 늦게 시장에 나온다. 애플의 첫 5G 모델로도 관심을 끌고 있는 아이폰12는 일러도 10월 말에야 출시될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0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아이폰 신제품 출시는 9월 말보다 몇 주 더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코로나19에 따른 생산 차질로 아이폰12 공개 일정이 늦어질 거란 추측은 여러 번 나왔지만 애플이 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건 처음이다. 그간 애플은 9월 초중순에 아이폰 신작을 공개한 뒤 2주 뒤 출시하는 일정을 고수해왔다.
더구나 애플에 스마트폰 핵심부품을 대는 업체들이 잇따라 오는 4분기부터 본격적인 공급이 이뤄질 거라고 밝히면서 아이폰12 실물을 10월 초중순에 보긴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부품부터 확보해야 양산 과정을 거쳐 완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터라, 부품이 4분기에 공급된다면 일러도 10월 하순, 늦으면 11월은 돼야 스마트폰 출시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산부터 출시까지 걸리는 기간은 통상 한달 이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애플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전자는 전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스마트폰용)중소형 패널 실적 개선은 4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아이폰12용 패널 납품 시기가 늦춰졌음을 시사했다. 애플은 아이폰12 시리즈부터 전 모델에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기로 하고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에 총 1억~1억2,000만장 수준의 패널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칩을 공급하는 퀄컴도 앞서 "글로벌 5G 플래그십 스마트폰(아이폰12를 의미) 출시 지연으로 출하량이 15% 줄어들며 3분기 실적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관측이 현실화할 경우 보통 아이폰1·2차 출시국에 포함되지 않는 우리나라는 11월 말이나 12월쯤에야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아이폰11은 미국 출시 한 달 만인 10월 25일 국내 사전예약을 시작한 바 있다.
한편 애플은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이 코로나19에 잠식됐던 2분기에도 전년보다 나은 실적을 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매출은 597억달러(71조4,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9% 늘었고 영업이익은 131억달러(15조5,8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했다. 아이폰11·아이폰SE를 위시한 아이폰 매출은 264억달러(31조3,800억원)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비대면 경제 수요 덕에 맥(PC)은 1년 전보다 21.7%, 아이패드(태블릿)는 31%, 에어팟·애플워치 등 액세서리는 16.7% 각각 매출이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