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 등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내달 중 잇따라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의료공백을 막기위해 애써야 하는 정부와 의사단체들의 소통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의료계와, "대화에 나서겠다"라면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집단행동에 대비하겠다"는 정부가 팽팽하게 맞서고만 있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전협과 의협은 각각 내달 7일, 14일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의협은 개원의사 중심인 반면, 대전협은 1만5,000여명의 인턴과 레지던트들로 구성돼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병원들을 지탱하는 이들이 총파업을 감행할 경우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원하는 건 △첩약 급여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원격의료 등 정부정책의 수정이다. 이 중에서도 정부가 최근 발표한 의대정원 확대 방침이 총파업의 불을 지폈다. 정부는 지난 23일 당정협의를 통해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의대정원을 매년 400명씩 총 4,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의료계와도 계속 논의했던 사항"이라고 했지만 의료계 측은 "우리와는 안건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이 상당히 치졸하다"며 "'논의했다'고 하려면 최소한 발표 전에 구체적인 안을 들고 와서 '이런 내용으로 하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물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 국면이 아니어도 의사가 투쟁하고 파업하는 건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당연히 의사들에게 비난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잘 알지만, 우리에게 의사 표현의 기회를 주지 않고 계속해서 의사들의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드는 건 정부"라고 강조했다. 비록 파업을 천명했지만, 정부의 대화 노력이 파업을 철회할 '명분'을 준다면 물러날 여지도 있다는 뉘앙스이다.
일단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를 통해 최대한 총파업은 막아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예정된 파업일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양측은 대립각을 유지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30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실국장들이 정기적으로 의료계 인사들과 만나 의견을 듣고 있고, 완전 합의는 안됐지만 일정부분 동의를 얻은 것도 있다"며 "의료계가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의견 반영을 위해 적극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공적인 자리와 사적인 자리 등 모든 자리를 포함해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고, 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여러 수단이 나올 수 있다"며 "국민의 건강에 해를 끼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어 이런 가능성을 염두하고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