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다녀갔다더라" 코로나19 낙인 지워주는 인터넷 방역단

입력
2020.07.3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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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인터넷 방역단 전국구 인기
14일 지나면 확진자 동선 비공개 전환하지만...
블로그, SNS 등 퍼져 나간 글이 문제


서울 송파구에서 27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월 ‘날벼락’을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하나가 A씨의 식당을 방문한 사실이 온라인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손님이 뚝 끊긴 것. 확진자는 한번 다녀가고 말았지만,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그 사실이 떠돌면서 계속 영업을 방해했다. 떨어진 매출은 2, 3개월이 지나도 오를 줄을 몰랐고, 주인 A씨는 급기야 ‘식당을 접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때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송파구의 ‘인터넷 방역단.’ 지난 5월부터 A씨 식당 상호가 들어간 온라인상의 글 100여개를 삭제했다. A씨는 30일 “인터넷 방역단 덕분에 매출이 코로나 이전의 70% 수준까지 회복했다”고 말했다.

송파구 ‘인터넷 방역단’의 주가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정보공개로 야기된 관내 주민의 사생활 침해와 낙인, 또 방문 업소의 피해 등의 문제를 척척 해결하고 있다는 소식에 ‘전국구’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앙 정부가 ‘모범 행정 사례’로 선정했고, 현재 전국 35곳의 지자체가 벤치마킹에 나섰을 정도다. 송파구 관계자는 “14일이 지나면 지자체는 확진자 이동 경로 등의 정보들을 비공개로 전환하는데, 문제는 그사이 퍼져 나간 맘카페, 블로그, SNS 등으로 퍼져 나간 글들이었다”며 “이 문제를 바로 잡지 않고선 모두가 힘들고 불안한 날들을 보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전담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방역단’은 법조인 출신으로 이 같은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던 박성수 구청장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손을 잡으면서 업무에 탄력이 붙었다. 구 홈페이지 내 ‘인터넷방역 신고센터’에 접수된 내용과 자체 검색 결과를 토대로 사생활 침해, 경제적 피해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관내 확진자 관련 정보를 수집한다. 이후 ‘방역’은 이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전송하고, KISA가 네이버, 다음 등에 삭제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담 인력은 2명에 불과하지만, 성과는 상당하다. 2개월(5월 21일~7월 17일) 동안 2차 피해 유발 가능성이 있는 게시물 1,652건을 찾아내 그중 1,236건을 삭제했다. 삭제율이 74.8%에 이른다. 삭제 권고만 할 수 있을 뿐 강제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방역단원 김모(36)씨는 “코로나19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워낙 크다 보니 일부 블로거는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 올리는 경우도 꽤 있는 편”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 때문에 지우고 지워도 모두 사라지지 않는 게 확진자 개인 정보와 동선이다. 방역단이 29일 하루 동안 찾아낸 관내 확진자 관련 게시물 46건 중 2, 3월에 발생한 송파 1~20번 확진자와 관련된 내용이 35건(76.1%)에 달했다. 방역단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확산 예방에 치중한 나머지 개인정보나 상호 등 관련 정보가 비교적 상세히 공개됐고, 2차 피해 가능성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부족했던 때”라며 “문제는 그로부터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옛 글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또 ‘삭제 요청’에 잘 화답하지 않는 외국계 SNS에 오른 글도 문제다. 삭제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방역단 관계자는 “송파구청 명의의 계정으로 해당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 삭제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정 주인이 스스로 삭제하지 않으면 별 수 없다는 것으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선 시민들의 인식 개선과 함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박성수 구청장은 “방역단의 최종 목표는 게시물을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게시물을 올린 시민들이 2차 피해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게시물을 자진 삭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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