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시리거나 저린 증상은 보통 겨울에 나타나지만 한여름에도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단순히 체질 탓으로 여겨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손발 서림이나 저림 증상은 신경장애나 혈관장애 때문에 발생할 수 있기에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우리 몸의 신경계는 뇌ㆍ척수라는 중추신경과 말초신경계로 구분된다. 말초신경은 중추신경으로부터 신호전달을 받아 몸 구석구석까지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손발에도 말초신경이 있어서 감각을 느끼고 움직일 수 있다. 말초신경계에서 문제가 생기는 원인은 당뇨병, 만성콩팥병, 갑상선질환 등 전신질환이 있을 때다. 또한 손목 인대가 두꺼워져 그 아래에 있는 말초신경이 눌려서 손이 저리는 손목터널증후군과 같은 국소질환도 말초신경병을 유발한다.
말초신경병의 전형적인 특징은 ‘저림’ 증상이다. ‘저리다’ ‘아리다’ ‘따끔따끔하다’ ‘얼얼하다’ ‘화끈화끈하다’ ‘전기가 흐르는 듯이 찌릿찌릿하다’ 등의 신경병성 통증 증상이 발생한다. 또한 신경 기능이 떨어져 '감각이 둔하다'는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밖에 손발이 차가운 느낌, 혹은 차가운 것에 유난히 민감한 ‘시림’ 증상도 있다.
특히 말초신경병은 실제 눈에 보이는 굵은 직경의 신경섬유가 손상되기도 하지만 굵은 신경에서 가지를 쳐서 피부 내에 분포하는 소신경섬유에 문제가 생기는 소섬유신경병 환자에게서도 잘 나타난다. 소섬유신경병에서는 시림 등 손발의 이상 감각 외에도 자율신경 기능이 떨어져 땀 분비 이상, 안구 건조, 입마름, 기립성 어지럼증, 설사, 변비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말초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증상은 서서히 시작되고, 주로 머리에서 먼 쪽부터 즉 발가락, 발바닥, 발등, 발목, 손가락으로 증상이 발현되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다.
소섬유신경병은 30~50%에서는 별다른 원인 없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기 어렵지만 꾸준한 유산소운동, 반신욕 등이 도움되며, 증상이 심하면 신경병성 통증을 줄일 수 있는 약물이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된다. 또한 소섬유신경병의 원인 중 당뇨병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혈당을 좀 더 엄격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손발 시림의 또 다른 원인은 혈관 문제다. 레이노병은 팔다리 동맥이 간헐적으로 수축돼 혈액이 통하지 않아 손발 끝이 하얗게 변하면서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이런 경우 실제 손발을 만지면 피부가 차갑다. 갑자기 추운 환경에 손발이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혈관확장제와 같은 약물요법을 하기도 한다.
그 외에 버거병은 레이노병과 마찬가지로 팔다리의 혈관 문제로 피가 통하지 않아 팔다리 색깔이 변하고 통증이 생긴다. 걷기 등 운동 시 다리에 혈액 공급이 더 필요한데 혈관을 통한 혈액 순환에 문제가 있으므로 운동할 때 통증이 생긴다. 심하면 팔다리 조직에 혈액 공급이 안돼 괴사되기도 하기에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버거병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흡연이 중요한 발생과 악화 인자로 돼 있으므로 금연해야 한다. 또한 전문클리닉을 방문해 말초혈관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평가가 필요하며 약물요법 혹은 수술요법을 고려해야 한다.
레이노병, 버거병 이외에도 혈관벽이 두꺼워지는 주원인은 동맥경화다.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을 앓고 있는 사람이 수족냉증이 있으면 말초혈관의 동맥경화성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택준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손발 시림은 일상적으로 성가시고 불편한 증상으로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 유산소 운동이 권장되고 특히 당뇨병 환자라면 적절한 혈당 관리와 금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