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엔자임Q10, 뇌에 직접 투여하면 파킨슨병에 더 효과

입력
2020.07.29 16:54
서울대병원 연구팀, 동물실험 결과

항산화제 코엔자임Q10을 뇌에 직접 투여하면 도파민 신경세포의 손상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백선하(신경외과)ㆍ최영빈(의공학과) 교수와 성균대 박천권 교수팀의 연구 결과다.

파킨슨병은 중뇌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소실되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떨림, 경직, 자세불안, 보행장애 등이 나타나며 치매와 함께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이다. 하지만 파킨슨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항산화제인 코엔자임Q10은 여러 대사활동에 필요한 물질이다. 몇몇 연구에서 코엔자임Q10이 파킨슨병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고 밝혀져 일부 파킨슨병 환자는 코엔자임Q10을 경구 복용하고 있다. 하지만 경구 투여한 코엔자임Q10은 체내 흡수율이 매우 낮으며 혈액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혈뇌장벽 때문에 뇌심부까지 약물이 도달하기 어렵다.

연구팀에 따르면 약물이 필요한 뇌 심부에 코엔자임Q10을 직접 전달할 수 있다면 매우 적은 용량으로도 도파민 신경세포의 손상을 막을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 결과 고용량을 경구 복용한 생쥐보다 극소량의 코엔자임Q10을 뇌 심부에 직접 투여한 생쥐가 행동장애, 염증수치 변화, 도파민 신경세포 손상 등에서 우수한 회복력을 보였다.


연구팀은 파킨슨병이 발생한 실험용 쥐를 5개 그룹으로 나눴다. ①조치가 없는 그룹 ②고농도 Q10 구강복용 그룹 ③생리 식염액 뇌심부 주입 그룹 ④최저농도 Q10 주입 그룹 ⑤저농도 Q10 주입 그룹으로 분류해 그룹 간 차이를 측정했다.

③, ④, ⑤그룹에는 동물실험에 사용되는 알젯 삼투성 미니 펌프를 활용해 해당 물질을 주입했다. ③그룹은 알젯 펌프 사용에 따른 변수를 측정하기 위한 대조군으로, 코엔자임Q10이 없는 식염수를 뇌심부에 투입했다.

연구팀은 그룹별로 뇌의 ‘티로신 수산화효소’ 반응을 관찰했다. 티로신 수산화효소는 도파민 합성을 조절하는 주요 인자다. 이 때문에 파킨슨병 증상이 심해질수록 티로신 수산화효소가 적게 관찰된다.

표에서 보듯이 온전한 상태(왼쪽)일 때는 모든 그룹에서 티로신 수산화효소 반응이 활발하다. 반면 병변이 생긴 부위(오른쪽)는 티로신 수산화효소가 더 적게 관찰된다.

이후 시간을 두고 관찰한 결과, 코엔자임Q10을 직접 주입한 ④, ⑤그룹은 구강 복용하거나 조치를 하지 않은 ②, ①그룹보다 티로신 수산화효소 반응이 비교적 더 많이 관찰됐다. 코엔자임Q10을 뇌 심부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이 파킨슨병 억제에 더 효과적임을 뜻한다.

최영빈 교수는 “뇌심부 약물 주입이 가능한 기존 의료기기에 소량의 코엔자임Q10을 전달하는 기능을 추가한다면 파킨슨병 치료에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백선하 교수는 “이번 연구방법으로 다양한 약물치료에 적용한다면 파킨슨병 외에 다른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 호에 게재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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