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마을' 영덕 강구 주민들, 3년 연속 물난리에 "못 살겠다"

입력
2020.07.30 16:28
침수 대책으로 터널 뚫자 진동 발파 피해 호소
첫 수해 직전 생긴 동해선 철길 원인으로 지목
주민들 수해복구 미루고 철도시설공단에 항의

경북 영덕 강구면이 3년 연속 물난리로 고통받고 있다. 저지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올해도 수해 방지대책을 요구하며 항의시위에 나섰고, 수해를 차단하기 위한 배수로 공사장 인근에서는 발파 진동과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쌓이고 있다.

29일 오후 5시 영덕군 강구면 강구정보고 운동장 앞에는 비가 내리는데도 인부들이 터널 안 물을 빼내느라 분주했다. 5일 전인 24일 강구면에 258㎜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인근 화전천이 범람했고, 터널 공사장 안에도 1만2,000톤의 물이 찼기 때문이다. 총 736m로 계획된 터널 공사는 현재 560m 가량 굴착된 상태다.

현장 한 근로자는 "작업 중이던 트럭 한 대가 침수돼 못쓰게 됐고, 중장비도 작동을 멈췄다"며 "물을 빼느라 공사가 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강구면 뒤로 길게 놓여진 동해선 철길을 침수피해 원인으로 꼽고 있다. 철길은 10m 안팎 높이에 산과 산 사이를 잇는 형태로 길이 340m의 댐처럼 건설됐다. 이 철길은 공교롭게도 첫 수해가 일어난 2018년 1월 강구역과 함께 완공됐다. 철길 아래에는 폭 30m 구간만 뚫려 있다.

주민들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철길에 막혀 분산되지 못하고 좁은 화전천에 집중돼 흘러 내리면서 저지대 침수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들은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고, 양측은 철길과 침수피해의 연관성 조사를 둘러싸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한편 영덕군은 2018년 10월 태풍 콩레이와 지난해 10월 태풍 미탁에 따른 화전천 범람으로 침수 피해가 발생하자 삼사해상공원 인근 산을 관통하는 총 길이 880m의 배수로 공사를 계획했다.

군은 지난해 12월 국비 168억원, 도비 17억원, 군비 17억원 등 총 202억원을 들여 화전천 폭을 기존 10m에서 17m로 넓히고 화전천과 동해를 잇는 고지터널 배수로 공사를 시작했다. 고지터널은 강구항 옆 삼사해상공원 아래를 뚫어 화전천과 강구항 앞 동해를 바로 연결하는 배수로다. 높은 산을 뚫는다 해서 '고지'라고 이름붙였다. 폭도 5.4m나 돼 차량 두 대가 통행 가능할 정도로 넓지만 물길로만 설계됐다.

군은 당초 내년 6월 완공할 계획인 이 터널을 다음달 말 임시개통키로 하고 공사를 벌이고 있으나 인근 대게 판매 식당과 아파트 주민들이 발파 진동과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터널 입구에서 직선으로 250m 떨어진 D아파트는 1995년 완공 당시 부실시공으로 기울어져 안전진단에서 재난위험시설인 D등급을 받았다. 주민들은 "발파 진동으로 건물이 흔들린다"며 최근까지 군청 등에서 14차례 항의집회를 가졌다.

하복석 강구면 오포2리 침수피해 공동대책위원장은 "대게 마을로 유명한 우리 동네가 어쩌다 비만 오면 잠기게 됐는지 개탄스럽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원인을 밝히고 침수피해를 근본적으로 막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덕 김정혜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