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시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놓은 한 마디로 국회가 또 다시 발칵 뒤집혔다. 고기영 법무부 차관 발탁이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 수사를 뭉갠 대가가 아니냐는 취지의 질의를 한 윤한홍 미래통합당 의원을 겨냥한 말이었다. 윤 의원은 즉각 “국회의원들이 소설가입니까”라고 발끈했고, 회의는 야당 의원들의 보이콧으로 결국 파행했다.
추 장관이 국회를 찾을 때마다 그의 ‘한 마디’는 적지 않은 여파를 남겼다. 통합당은 그런 추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두 번이나 제출하며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야당을 무시하고, 권력을 남용하는’ 추 장관의 이미지가 통합당에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추미애 장관은 22일과 24일 대정부 질문에서도 통합당 의원들과 거친 설전을 벌였다. 22일에는 법무부 입장문 초안이 최강욱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흘러 간 경위를 따져 물은 김태흠 통합당 의원과 충돌했다. 추 장관은 김 의원이 ‘초안 작성에 최 의원이 관여한 게 아니냐’는 취지로 지적하자 “논리적으로 인과관계가 성립되는 질문을 해야지”라고 불쾌한 기색을 그대로 드러내는가 하면, “아들 문제만큼 (성추행 피해자) 2차 가해자들에게도 강력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는 “질의에는 금도가 있다”고 맞받아쳤다.
곽상도 통합당 의원에게는 “저한테 시비 걸려고 질문하시는 것 아니지 않느냐”고도 했다. 추 장관은 24일 대정부질문에서 곽 의원이 “‘내 목표는 강남에 빌딩 사는 것’이라고 말한 정경심 교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하자, “(정 교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언론보도 맹신주의자냐”라며 “언론보도가 가짜뉴스도 많다고 하지 않느냐”고 다그쳤다.
추 장관의 잇단 고압적 태도에 통합당은 “국회를 무시하고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 “교만과 오만의 끝이 어디냐”라며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8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서울은 천박한 도시’라고 했지만, 저는 ‘(추 장관) 인품이 천박한 것 아니냐’고 표현하고 싶다”라고도 했다. 통합당 법사위원들은 추 장관이 ‘소설’ 발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면 향후 회의 보이콧도 불사할 태세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추 장관의 지나치게 공격적인 언행이 여권 전체에 대한 반감을 키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야당의 공세가 지나친 부분이 있더라도, 국민의 대표자인 의원과 장관이 번번이 싸우는 모습 자체로 추 장관이 비난 받을 소지가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개혁 완수’라는 명분에서 임명된 추 장관이 야당을 무시한 채 독주할수록, 범여권이 밀어붙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검찰개혁 관련 법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한 초선 의원은 “추 장관이 서울시장 출마에 관심이 있다는데, 최근 행보는 본인 표를 본인이 깎아먹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여성 서울시장 선출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력한 ‘잠재 경쟁자’ 한 명이 스스로 검증대에 뛰어들고 있다고 보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