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가 검찰개혁 일환으로 제시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두고 벌써부터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비대해진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고검장들에게 분산하자는 취지엔 공감할 수 있다 해도, 개별 수사에 관여할 법무부 장관의 권한에는 크게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개혁위는 해외 사례를 소개하면서 ‘장관의 수사 지휘권’을 유독 강조했을 뿐, 해당 국가에서도 장관의 수사 지휘는 매우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장관에 대한 견제, 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방패막’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7일 개혁위가 권고안 발표와 함께 제안한 검찰청법 제8조 개정안 예시를 보면,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지휘ㆍ감독할 수 있는 대상이 현행법상 검찰총장에서 ‘고검장’으로 바뀐 게 가장 눈길을 끈다. 전국의 고검장 6명에게 수사지휘권을 분산하는 만큼, 앞으로는 장관도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이 아니라, 고검장들만을 지휘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국 검찰은) 2,200여명의 검사가 제왕적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수직적 피라미드식 지휘ㆍ관료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문명적 형사사법 절차가 구축된 어느 국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형태”라는 게 개혁위의 설명이다.
개혁위는 그러면서 해외 주요국 사례를 제시했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 “연방검찰총장이 있지만, 법무부 장관의 특정 사건 관련 지시 권한을 인정하고 있고, 이는 검찰제도가 창설된 1879년부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에 대해서도 “검찰의 수장이 법무부 장관이며, 대검찰청의 장은 형사법의 정확한 적용 여부와 형사사법행정을 감독하는 권한만 있다. 장관은 일선 검찰에 대해 일반적인 지휘권을 행사하고, 구체적인 사건은 고등검사장이 지휘한다”고 했다. 개혁위는 결국 대부분의 나라에선 검찰 사무의 최고 책임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하고 있고, 기소권을 가진 검찰에 대해 특정 사건 지휘까지 인정하고 있다는 데 방점을 찍은 셈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독일형사법연구회 회장인 이완규 변호사는 “독일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은 검찰권 행사가 위법하거나 인권침해의 소지가 명백할 때, 즉 적법성을 통제하는 수단으로만 쓴다는 관행이 확립돼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대사관 법무협력관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도 “프랑스는 전국 35개 고검장이 산하 지검을 지휘하는 체제인데, 법무장관의 구체적 사건 수사 지휘권은 2013년에 폐지됐다”며 “이번 개혁위의 권고안은 검찰의 정권 예속을 심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제의 핵심은 결국 ‘막강한 1명’(검찰총장)의 자리를 ‘상대적으로 취약한 6명’(고검장)으로 대체하는 데 이번 권고안이 머물렀다는 점이다. 검찰총장과는 달리, 고검장은 임기 보장이 없고 장관의 인사 대상이라는 '약점’을 보완할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는 ‘장관의 권한만 강해졌다’는 뜻이다. 수사 지휘는 ‘서면’으로 하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했으나, 이것만으로는 고검장들이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청와대 하명이 주로 법무부 장관을 통해 내려진 것을 감안하면, 법무부 장관의 수사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28일 법무부는 이번 권고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법무부는 “검찰총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형사사법의 주체가 검찰총장이 아닌 검사가 되도록 개혁할 필요가 있다”며 “권고안을 참고하고 폭넓게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심층적인 검토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