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과 경북 간 '30년 지역갈등'을 초래한 문장대 온천 개발 사업이 또다시 추진돼 논란이 재연된 가운데, 개발 지주조합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가 주민의견 재수렴 규정을 위반하고 수질오염총량제 관리계획에 부합하지 않는 등 문제점 투성이로 나타났다.
28일 충북도와 지역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경북 상주의 문장대 온천 개발 지주조합이 지난 2일 대구지방환경청에 제출한 문장대 온천 환경영향평가서 재협의안은 주민 의견 재수렴 규정을 담은 환경영향평가법(26조)을 위반했다.
평가서 초안 공람 기간이 끝난 날로부터 5년 이내 본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주민 의견을 재수렴해야 하는데, 지주조합은 초안 공람이 끝난 날(2013년 3월 25일)로부터 7년이나 경과한 시기에 다시 평가서를 제출하면서 의견 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이 평가서는 평가항목ㆍ범위 등을 환경청과 사전 협의해 작성해야 하는 규정을 어겼고, 자연생태환경분야 조사 시 5년 이내 자료를 활용해야 하는 원칙을 어기고 최대 9년이나 경과한 자료(2011~2013년)를 기초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문장대 온천관광지 조성 사업은 한강수계 2단계(2021~2030년)수질오염총량관리 기본계획에 반영되지 않아 개발사업 추진 자체가 문제라는 게 도의 판단이다.
충북도는 이 같은 검토 결과를 토대로 환경영향평가 재협의안은 반려돼야 한다는 의견을 29일 대구환경청에 전달하기로 했다. 앞서 대구환경청은 문장대 온천 지주조합의 환경영향평가서 재협의안에 대한 검토 의견서를 29일까지 회신해달라는 공문을 충북도와 괴산군에 보냈다.
지역 여론은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시민ㆍ환경단체들로 구성된 문장대온천개발저지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미 대법원 판결로 두 번이나 취소된 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것이 황당하기만 하다"며 "해묵은 지역결등만 일으키는 불법적 사업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들은 "한강 수계의 생존권과 환경권을 지키기 위해 문장대 온천 개발사업이 완전히 종결될 때까지 투쟁을 지속하겠다"고 다짐했다.
문장대 온천개발을 둘러싼 충북과 경북간 갈등은 지주조합이 개발 계획을 발표한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류 지역인 충북지역 주민과 환경단체가 수질오염 우려를 들어 반발하며면서 두 차례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2003년, 2009년 대법원이 사업 시행을 취소했다.
이후 지주조합이 2015년과 2018년 다시 일부 계획을 변경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가 반려 처분을 받아 사업이 완전 백지화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주조합은 이번에 또다시 환경영향평가서 재협의안을 제출, 사업 강행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