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의성, 군위, 대한민국 균형발전 함께 날아오르자

입력
2020.07.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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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수 경북 의성군수


지금 대구경북은 통합신공항 부지 선정을 놓고 마지막 진통을 겪고 있다. 통합신공항은 지역 최대의 숙원 사업이다. 영남권은 오래 전부터 적정 규모의 물류공항이 없는 설움을 톡톡히 겪었다. 알짜기업이 속속 수도권으로 옮겨가는데도 발만 동동 굴렀다. 지역 산업의 체질을 첨단산업으로 개선하는 작업 역시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의성과 군위가 소멸위기지역이라고 하지만 경제 지형도를 놓고 보면 대구와 경북 전체가 소멸기에 접어들고 있다. 모든 시ㆍ도민이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고대하는 이유일 것이다.

예로부터 교통은 곧 경제였다. 의성과 군위가 속한 경상도만 봐도 나라 혹은 지역이 흥하고 망하는 것이 ‘길’에 달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의 실학자 박제가는 가장 약했던 신라가 부강해진 이유를 해상무역에서 찾았다.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영남대로'를 보라. 제1관로가 영남대로로 대체된 이후 대로 주변 지역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물론 정치가 안정되고 경제가 번영하면서 낙동강 수로의 가치 역시 상승했다. 낙동강과 영남대로의 이점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위치에 자리 잡은 대구는 임진왜란를 계기로 행정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이후 대동법과 장시가 활발해지는 등의 산업 변화로 조선의 3대 시장과 전국 최대 규모의 약령시를 품은 물류도시가 됐다. 이에 인근 고령에서 보부상을 800여명이나 거느린 거상 서상돈이 탄생하기도 했다. 물류 거점지로서의 역량은 곧 ‘국채보상운동’이라는 세계사에도 유례가 없는 경제 운동을 일으킨 원동력이 됐고, 유수의 기업을 태동시킨 상업적 전통으로 작용했다.

지역민의 염원인 통합신공항은 한반도 남부의 경제를 힘차게 돌릴 새로운 경제벨트가 형성되는 신호탄이다. 조선 500년을 관통했던 영남대로와 낙동강처럼 다음 500년의 경제지형을 결정할 첫 디딤돌이 통합신공항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경제벨트가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는 측면도 간과해선 안 된다. 경제와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하는 현상이 불러온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공항만 놓고 얘기하자면, 남부 공항 서너 곳이 인천공항의 규모나 위용에 맞먹는 위상을 나눠 가지는 수준까지 가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국가균형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이는 대구, 구미, 의성, 군위가 통합신공항을 품고 독일의 함부르크, 영국의 맨체스터, 이탈리아의 밀라노처럼 세계적인 공항경제권으로 비상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요컨대, 공항은 공공기관 몇 곳을 이전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발전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공항만 갖다 놓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과 비교해 지방은 몇 배의 노력을 해야 인재가 모이고 산업이 일어선다. 이를테면, TF팀을 구성해 기업을 찾아가 공항경제권 형성에 필요한 요소, 우량 기업을 유혹할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를 조사해서 이를 구축하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특히, 군위와 의성은 금융을 비롯해 첨단산업 중심의 제조, 물류, 그리고 관광 등 분야별 전문가를 모아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통합신공항으로 말미암아 대구에서 의성에 이르는 공항경제권이 팽창해 새로운 공항 건설이 논의되는 수준까지 가야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는 시간이 저절로 던져주는 선물이 아니라 현재를 경작해서 얻는 피와 땀의 결실이다. 지금은 의성과 군위, 나아가 우리 지역과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위해 다 함께 어깨를 겯고 미래를 향한 걸음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우리 모두 한 마음으로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날아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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