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투석해야 할 수도..." 46세 아들에 콩팥 기증한 74세 아버지

입력
2020.07.2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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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콩팥병으로 투병 중인 40대 아들에게 일흔을 넘긴 아버지가 콩팥을 기증해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직장에 다니는 아들 고모(46)씨는 만성콩팥병에다 다른 지병까지 겹쳐 콩팥 이식을 받지 못하면 평생 투석(透析)을 해야 한다는 담당의사의 말을 듣자마자 고령의 아버지(74)가 단숨에 콩팥을 공여하기로 결심했다.

지난 13일 콩팥 이식을 진행한 강동성심병원은 공여자의 나이가 고령인 점을 고려해 수술 도중 출혈 등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 위험 등을 고려해 평소보다 더 많은 준비 기간(2주간)을 두고 수술을 진행했다.

콩팥 이식 수술은 마침 형제간인 고경태 비뇨의학과 교수, 고경재 외과 교수가 팀을 이뤄서 담당했다. 형인 고경태 비뇨의학과 교수는 아버지에게서 콩팥을 적출했고, 동생인 고경재 외과 교수는 아버지의 콩팥을 아들에게 이식했다.

콩팥을 아들에게 공여한 아버지는 수술 후 금방 회복해 닷새 뒤에 특별한 합병증 없이 퇴원했고, 수혜자인 아들도 현재 안정적으로 회복 중이다.

병실에서 회복 중인 아들 고모씨는 "아버지에게 새 생명을 다시 받은 것 같다"며 "아무리 아버지라도 힘든 결정이셨을 텐데 다시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났다 생각하며 평생 효도하며 살겠다"고 했다.

수술을 진행한 고경재 교수는 “콩팥을 이식 받은 아들은 현재 상태가 좋아 이번 주중에 퇴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고 교수는 “콩팥이식은 콩팥 기능을 상실한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신(腎)대체요법 가운데 최선책”이라며 “앞으로도 고난도 콩팥 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해 콩팥 이식술의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콩팥 이식은 51년 전인 1969년 3월 25일 국내 처음으로 시행된 이래 세브란스병원에서 로봇으로 콩팥을 이식하는 수술까지 술기가 발전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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