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선두주자인 모더나와 화이자가 나란히 ‘최종 관문’인 3상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모두 3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세계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연내 백신 개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적정 가격 논의에도 불이 붙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바이오기업 모더나와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는 이날 각각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3상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3상 시험은 신약 시판 전 안전성과 효능을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단계로, 백신 개발 과정에서 비용도 가장 많이 들고 성공만 하면 상용화에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모더나와 백신을 공동 개발 중인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이날 화상 기자회견을 열고 “오전 6시45분쯤 3상 시험 참가자에게 첫 접종을 했다”며 “11월까지는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험은 미국 내 89개 도시에서 3만명의 건강한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이들 중 절반은 백신 물질을 두 차례 접종받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소금물로 만든 플라시보(가짜 약)를 투여한다. 두 집단의 상태를 비교ㆍ관찰해 백신 효과와 부작용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손을 잡은 화이자도 같은 날 오후 성명을 내고 3상 시험 개시를 알렸다. 화이자ㆍ바이오엔테크 공동 연구진은 “미국 39개 주(州)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등에서 3만명을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한다”며 “성공할 경우 빠르면 10월 보건당국 승인을 거쳐 연말까지 5,000만명 분량의 백신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화이자ㆍ바이오엔테크의 백신은 앞서 22일 미 정부와 맺은 19억5,000만달러 규모의 계약에 따라 1억회 접종분이 미국에 우선 공급된다.
두 업체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그간 적용된 적 없는 새로운 제조 방식을 도입했다. 체내에서 면역 반응 항체를 만들기 위해 DNA에서 유전적 지시를 전달하는 '전령 리보핵산(mRNA)’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mRNA가 체내로 들어오는 바이러스를 스스로 인지해 파괴하는 면역체계를 만들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파우치 소장도 모더나의 임상시험에 대해 “새로운 기술”이라며 “이런 종류의 플랫폼에 경험이 많지 않지만, 특별히 (안전성이) 염려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백신 개발이 순항하며 일부 국가들의 선점 경쟁이 가열되자 가격 책정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주도하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은 이날 “백신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으며 일부 언론이 보도한 ‘40달러(4만8,000원)’는 검토 중인 액수 중 최고액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세스 버클리 GAVI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통신에 “제약사와 협상에서 구체적 목표가를 아직 정하지는 않았다”면서 “부국과 빈국, 두 부류로 나눠 가격 협상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