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시간' 판이 깔려도 '송곳 견제' 대신 헛발 찬 통합당

입력
2020.07.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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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 이슈 선점 실패 평가
인사청문회 전략 부재, 공격력 부족도 드러나


21대 국회의 첫 대정부질문과 국무위원 인사청문회가 끝났지만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존재감은 온 데 간 데 없다. ‘야당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무대인데도 정작 송곳 견제나 통찰력있는 비판이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무조건 발목잡기 식' 정쟁은 피한다는 게 통합당 원칙이긴 했으나, 노무현 정부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송곳 검증으로 위세를 떨쳤던 것과 비교하면 이슈 선점 실패, 전략 부재, 공격력 부족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삿대질, 고성, 사상검증 '구태' 되풀이

7월 들어 정부ㆍ여당의 부동산정책 실패와 검찰 이슈 등으로 여론이 악화하고 있었지만 야당은 곳곳에서 무기력한 장면만 연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 등을 고리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몰아칠 기회였던 22일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 자리. 하지만 통합당의 첫 질문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관련 사건의) 2차 가해자들한테도 아들 문제처럼 강력히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니냐”(김태흠 의원)였다. 추 장관의 "질의에도 금도가 있다”는 답변 이후 본회의장에선 여야 의원 고성만 오갔고 검찰 문제는 묻혔다. 27일 첫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윤한홍 통합당 의원이 '추 장관 아들 수사' 문제를 거론하다 "소설 쓰시네"라는 추 장관 답변으로 회의가 파행을 겪으면서 쟁점이 사라졌다.

23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도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이 장관이 추구하는 대북정책과 통합당의 안보 가치가 충돌하지 않는지 따져야 했지만 “주체사상을 여전히 신봉하느냐”, “북에선 ‘전대협은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충성 결의했다’고 가르쳤는데 동의하느냐”는 태영호 의원 질의로 ‘철지난 색깔론 공세’라는 빈축만 샀다.

싸움과 비판 구분 못한 통합당 전략

국민을 대신해 정부를 견제하고 정확한 현안을 짚어줬어야 하는 야당이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건 결국 통합당의 ‘총체적 전략 부재’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에서 통합당의 전략은 ‘집권 4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 정책과 인사 비판’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상헌 정치평론가는 28일 “대북 주무 부처 장관 후보자에게 송곳 질문을 통해 정부의 지난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걸 짚어줬어야 하는데 ‘아들 군 문제’, ‘젊은 시절 사상 문제’에 지나치게 집중했다”고 평가했다.

팩트에 근거하지 않거나, 포인트를 잘못 잡은 공격이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수사지휘권 발동의 적절성 등 여론도 의견이 팽팽히 갈리는 사안에선 추 장관의 독단적 지휘 여부를 파고들었어야 했는데 ‘아들 문제’를 걸고 들어간 게 패착이었다는 말이 나온다. 박상병 평론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필요성,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라는 국민들이 보기에 합리적인 질문을 했다면 추 장관이 결코 야당을 무시하는 듯한 답변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질문을 보면 누가 답변을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슈 선점 노력도 부족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대상으로 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통합당은 김 장관의 ‘집값 상승률 11%’ 발언을 놓고 진위 공방만 벌이느라 최대 이슈인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 사례를 두드러지게 지적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현 정부의 부실한 양극화 해소 정책을 구체적 사례를 들며 조목조목 지적해 여야 모두에 박수를 받았다.

통합당 내에서도 야당 본연의 전투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통합당 중진 의원은 “최근 당은 국민이 싫어하는 진흙탕 싸움과 야당으로서의 건전한 비판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며 “야당 정체성을 찾기보다는 지역구나 잘 챙기자는 심리가 많아져 대여 견제력을 찾기 힘들다”고 한탄했다.

김현빈 기자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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