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 확산이 없었던 베트남이 다시 감염병 공포에 빠졌다. 25일 주요 관광지 다낭시에서 확진 환자가 나온 이후 이튿날에도 인근 지역에서 신규 감염이 발생하자 베트남 정부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다시 꺼내 들고 있다.
27일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코로나19 재확산과 관련된 베트남 내 확진자는 이날 현재 총 4명이다. 25일 다낭에 거주하는 A(57)씨가 100일 만에 처음으로 양성 판정을 받은 데 이어 26일 다낭에서 또 61세 남성과 71세 여성의 감염이 잇따라 확인됐다. 다낭과 인접한 중부 꽝응아이성에 거주하는 17세 남성 역시 같은 날 확진자로 최종 분류됐다. 베트남 방역당국은 최근 한 달간 다낭을 떠나지 않은 A씨와 두 명의 다낭시민을 상대로 정확한 감염 경로를 추적 중이다. 꽝응아이성 주민 도 이달 중순 A씨가 치료를 받았던 다낭의 한 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돼 연쇄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트남 보건부는 최근 자국으로 대거 유입된 밀입국 중국인들이 코로나19 지역 확산 경로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낭 인근 꽝남성은 이달 들어 총 48명의 밀입국 중국인을 적발하고, 이들의 밀입국을 알선한 중국인 브로커도 25일 긴급 체포했다. 중국 내 동선과 출신 지역이 불분명한 밀입국자들은 베트남에 들어와 한 숙소에서 단체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중앙정부는 전날 추가 확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8개 밀입국 단속 전담팀을 중국 접경지대로 급파했다.
가뜩이나 관광산업 붕괴로 신음하고 있는 다낭은 다시 고립 상태에 놓였다. 시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고, 술집 등 대부분의 비필수 상업시설도 영업을 중단했다. 또 다낭으로 오던 국내선이 이날부터 최소 2주 동안 끊겼으며, 30인 이상 단체 모임 금지와 함께 1만여명에 대한 집중 검사도 시작됐다. 다른 지방정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A씨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2명의 내국인이 하이퐁시를 거쳐 할롱시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돼 하이퐁시 등은 18일 이후 다낭을 방문한 모든 주민들을 상대로 2주 동안 자가격리를 결정했다.
한국 교민들이 다수 거주하는 대도시 하노이와 호찌민도 곧 강화된 방역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호찌민시는 확진 판정을 받은 다낭시민 중 한 명이 최근 도심을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자 이달 중 다낭을 찾은 모든 거주자에게 자진신고할 것을 권고했다. 하노이 한인회 관계자는 “석 달 넘게 국내 이동이 자유로웠던 베트남이 코로나19 사태 초기 당시 통제ㆍ봉쇄 정책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물류 문제 등으로 현지 한국 기업들의 경영 차질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