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로야구 구단의 한 감독은 “주전 선수가 144경기 내내 잘할 순 없다”며 ‘톱니바퀴론’을 강조했다. 주전이 부상ㆍ부진에 빠지면 대체할 선수가 나타나 빈자리를 메워야 하고, 대체 선수의 체력이 다할 때쯤 주전 선수가 돌아오는 선순환 시스템이 톱니바퀴같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시즌 반환점을 지나며 리그 3위까지 치고 올라온 KIA 타이거즈가 딱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27일 현재 KIA는 37승 29패(0.561)로 리그 3위로 올라서며 치열한 중위권 싸움에서 반발 앞서 달리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6승 4패를 올렸는데 특히 지난주 4경기(2경기 우천 취소)에서는 모두 승리하며 신바람을 내고 있다.
올 시즌 KIA는 유독 대체 선수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KIA는 시즌 초반 중견수 자원을 발굴하는데 애를 먹었다. 주전으로 낙점된 이창진이 부상으로 빠졌기 때문. 이때 나타난 것이 ‘대체 중견수’ 김호령이었다. 김호령은 6월 19경기에서 수비뿐만 아니라 타격에서도 타율 0.289(76타수 22안타)에 홈런 3개 등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웠다. 7월 들어 김호령의 방망이가 식자 이번에는 이창진이 부상에서 돌아와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특히 26일 삼성전에서는 4안타를 몰아치며 ‘돌격대장’의 존재감을 뽐냈다.
뒷문도 마찬가지다. 마무리 문경찬은 6월 20일까지 17경기에서 10세이브(평균자책 1.06)를 올리며 이 부문 공동 1위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롯데전에서 세이브를 날린 뒤 4경기에서 평균 자책점 27.00으로 급격히 무너졌고 급기야 2군으로 내려갔다. 이때 전상현이 대체 마무리로 나서 6경기에서 무실점으로 4세이브를 올렸다. 문경찬이 23일 1군에 복귀했지만 ‘전상현 마무리’ 체제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KIA 상승세 원인 중 하나가 수비다. 이달 초 2루수 김선빈과 3루수 류지혁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내야 수비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하지만 이 자리를 또 김규성과 나주환이 훌륭하게 메우고 있다. 특히 26일 삼성전에서의 승리는 철벽 내야 수비의 역할이 컸다.
KIA는 올 시즌 전망에서 하위권으로 분류됐었다. 예상을 뛰어넘은 호성적에 대해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주축 선수들이 빠진 가운데서도 나머지 선수들이 잘 대처하고 있다”면서 “2군에서 올라온 선수들도 힘이 됐다”라고 말했다.
다만, 더 이상의 야수 교체 자원이 보이지 않는 점은 불안 요소다. 실제로 2군 경기 주요 지표에서 KIA 선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KIA 2군 선수 중 1군에 새로 합류할 가용 자원은 이미 모두 확인됐다는 뜻이다. 큰 엔트리 변동 없이 이대로 시즌 끝까지 버텨야 하는 데, 현 1군 엔트리에서 또다시 부상 선수나 부진한 선수가 나오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3위를 지키고 있지만 7위 삼성과 단 4경기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