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수사심의위, 제도 개선 필요하다

입력
2020.07.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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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ㆍ언 유착 사건’을 심의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한동훈 검사장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하자 여권에서 제도 개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사심의위가 사건 관계인들이 법망을 빠져나가는 통로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원하는 결론이 안 나왔다고 검찰 개혁 차원에서 도입한 수사심의위를 졸지에 개혁 대상으로 삼는 여권의 태도는 온당치 않지만, 그간 노출된 수사심의위의 문제점 또한 적지 않은 만큼 이번 기회에 제도를 정비할 필요는 있다.

피의자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검찰권 남용에 대한 견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한 검사장도 불기소 권고를 받자 수사심의위가 힘 있는 사람들이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그렇다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으로만 규정한 수사심의위 대상 사건을 좀 더 세분화해 불필요한 사건을 걸러내야 한다.

심의위원 구성 때 각 분야의 대표성과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심의위원회는 법조계 등 각 분야 전문가 150~250명으로 구성되며 이 중 무작위로 추첨된 15명이 개별 사건을 심의한다. 일반인의 상식 및 법 감정과 동떨어진 결정이 나온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반대로 위원회 구성을 검찰이 주도해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법원이 일반 시민으로만 배심원을 선정하는 미국 기소배심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수사심의위 운영 지침도 만들어야 한다. 삼성 분식회계 같은 복잡한 사건을 반나절 심의 끝에 결론을 내리는 건 불가능하다. 이번 검ㆍ언 유착 사건의 경우 한 검사장 휴대폰 포렌식도 하기 전에 수사심의위가 열렸다는 수사팀 반발에 부닥친 상태다. 검찰이 매번 수사심의위 결정에 불복하는 모양새도 보기 안 좋지만, 수사심의위가 검찰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 지장을 초래해서도 안 된다. 이대로는 수사심의위가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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