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빅4' 수장들, 시장지배력 남용 추궁받는다

입력
2020.07.2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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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ㆍ베이조스 등 美의회 청문회 출석
과다한 수수료 부과ㆍ광고시장 독식 등 혐의


애플ㆍ아마존ㆍ구글ㆍ페이스북 등 미국 정보기술(IT) 공룡기업 '빅4'의 수장들이 29일(현지시간) 한꺼번에 미 의회 청문회의 증언대에 선다. 유명인사 4명의 사상 첫 의회 동시 출석만으로도 이목을 끌 만하지만, 그간 숱하게 지적돼온 시장지배력 남용 혐의 때문이라 따가운 시선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미 CNBC방송은 25일(현지시간) 이들 대형 IT업체들에 대해 반(反)독점 조사를 벌여온 미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가 29일 개최된다고 전했다. 당초 27일로 예정됐지만 최근 타계한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 존 루이스 민주당 하원의원의 추도식과 날짜가 겹쳐 이틀 미뤄진 것이다. 청문회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함께 증언에 나선다. 청문회 첫 출석인 베이조스를 포함해 4명이 한 자리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원 법사위는 지난해 6월부터 애플ㆍ구글ㆍ아마존ㆍ페이스북 등 4개 기업에 대해 반독점 조사를 벌였다. 이들이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반으로 경쟁사가 될 만한 유망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협력업체들에게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미 스타트업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협력업체를 대상으론 기술ㆍ인력 빼돌리기부터 가격인하 압박, 마케팅ㆍ광고 비용 지출 강요 등을 일삼았다는 폭로와 증언이 잇따랐다.

실제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협력업체들에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경쟁사들로부터 반독점 위반과 관련해 줄소송을 당한 상태다. 아마존은 자사 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입점업체 제품에 불이익을 주는 등 입점업체들에 대한 처우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구글은 검색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온라인 광고시장을 독식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고, 페이스북은 잠재적 경쟁업체를 서둘러 인수하는 관행이 문제가 됐다.

청문회에서 CEO들이 관련 혐의를 얼마나 인정할 지는 미지수다. 다만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글로벌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도 1년 넘게 반독점 조사를 진행하고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기업의 CEO들을 청문회 증언대에 세울 수 있음을 보여준 것 자체만으로도 적잖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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