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코로나 덤터기' 南에 빗장? 방역 고리로 대화 재개?

입력
2020.07.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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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의심 탈북민 월북, 남북관계 촉각
北 방역 최대비상… "南에 책임 전가할 듯" 
일부선 "北이 방역 대화 호응 나설 수도"


북한이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의심되는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재입북 사실을 발표하면서 남북관계에도 파장이 미치고 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직접 나설 만큼 코로나19 방역에 사활을 건 북측이 남측에 더 굳게 빗장을 걸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북측의 발표 자체는 남측에 대한 분노보다는 내부 단속 쪽에 쏠려 있어 이번 사안을 계기로 코로나19 방역 협력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은 이날 새벽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보도 형식을 통해 노동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 개최 및 국가비상방역체제 특급경보 발령 사실을 공개했다. 코로나19 확진 의심환자가 유입된 개성시 비상사태 선포 사실도 밝혔다. 군과 정보 당국은 2017년 귀순했던 20대 탈북민 A씨가 한강 하구를 헤엄쳐 북으로 넘어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재입북했다는 A씨의 코로나19 감염이 사실로 확인되면 남북관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북한은 코로나19 전파를 이유로 남측과의 접촉을 더 꺼릴 가능성이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검사장비와 치료시설이 거의 없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와 공포심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며 "당분간 남측에 대한 빗장을 더 잠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 과정에서 방역 및 내부보안 책임자인 정경택 국가보위상과 박태성 당 부위원장 등을 일으켜 세워 호통을 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예 북한이 코로나19 전파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며 압박에 나설수도 있다. 북한 당국은 그 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밝혔는데, A씨로 인한 유입 가능성을 거론한 대목이 그렇다. 코로나19 봉쇄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주민 불만도 높은 만큼 책임소재를 남측 탓으로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방역에 사활을 건 상황인 만큼 코로나19 전파는 남북관계에서 가장 우려했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지난달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갈등을 고조시킬 때도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가 계기였던 것을 볼 때 이번에도 탈북민 문제로 남측에 분노를 터뜨릴 수 있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북한 내 코로나19 문제가 공론화되면 남북방역협력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최근 정비된 외교안보라인은 남북 간 보건ㆍ방역 협력을 최우선 교류 과제로 삼고 있다. 이번 사안 확인을 고리로 남북대화를 제의하고, 북한이 호응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방역 관련 대북 지원은 인도주의 사안이라 미국도 반대할 수 없고, 대북제재에도 저촉되지 않는다는 게 정부 판단이기도 하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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