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 부담 느는데... 코로나 해외 유입 '최고치'

입력
2020.07.25 13:5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외 유입 관련 신규 환자 수가 하루 새 80여 명이 증가하면서 국내 코로나 방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누적 확진자가 1,500만명을 넘어서며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는 만큼 해외 유입 관련 확진자 수가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해외 유입 관련 확진자가 늘면 방역 및 관리 체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해외 유입 관련 신규 환자는 전날 같은 시간 대비 86명이 증가했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뒤 가장 많은 해외 유입 관련 일일 신규 환자 발생 규모다. 해외 유입 확진자는 지난달 26일 이후 한 달째 두 자릿수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날 수치(86명)는 그간 10명∼40명대를 기록했던 해외 유입 환자 수와 비교하면 월등히 많다.

신규 확진자가 유입된 국가를 살펴보면 이라크가 36명으로 가장 많고, 러시아가 34명으로 뒤를 이었다. 전날 오전 이라크에서 돌아와 증상을 보인 우리 건설노동자(36명)와 같은 날 부산항에 정박한 러시아 선박 선원(34명)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은 영향이다.

방역당국은 일시적인 요인으로 해외 확진자가 이날 많이 증가해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24일 설명했지만, 국내에 정박한 러시아 선원들의 상황을 방역당국은 주시하고 있다.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 13척의 선원 429명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이라 앞으로 추가 환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작지 않은 탓이다.

부산항으로 들어 온 러시아 국적 원양어선(PERT 1호)과 관련해 수리를 맡았던 한국인 선박 수리공이 지난 8일 확진을 받은 뒤 이후 이 선박 선원 94명 중 3분의 1이 넘는 인원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라크 유입 관련해서도 전날 귀국한 2차 그룹에서도 추가 환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라크에선 요즘 일일 신규 환자가 2,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다.

해외 유입 발병 사례 급증으로 국내 의료 체계 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해외 유입 관련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면 확진자를 격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 그만큼 필요해 방역 체계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해외 유입 관련 외국 환자에 대한 정부의 치료비 부담을 둘러싼 잡음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현재 감염병으로 인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외국인의 격리 비용을 제외한 검사비, 치료비를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외국인 확진자에게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는 현행 제도와 관련해 "확진자수가 늘며 비용이 증가하는 점 등을 고려해 법을 고치는 쪽으로 방침을 세웠다"며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서 우리 국민을 무상으로 치료해 주는 나라에 대해서는 같은 조건으로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검사비나 치료비 등을 부담시킨다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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