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갑자기 눈앞에 벌레나 먼지 같은 것이 아른거리며 떠다니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비문증(飛蚊症)이다. 날파리가 날아다니는 것 같다고 해서 '날파리증'이라고도 부른다.
부유물은 아지랑이나 점, 실오라기 형태로도 보이며 눈을 감아도 보이기도 한다. 시선 움직임에 따라 부유물도 함께 움직인다. 밝은 곳에서 하얀 벽이나 종이를 배경으로 볼 때 더 뚜렷하게 보인다.
비문증은 대부분 노화에 따른 유리체의 변화로 발생한다. 눈 속을 채우고 있는 투명한 젤 같은 물질인 유리체는 나이가 들면서 젤 성분이 물로 변하는 유리체 액화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망막과 붙어 있던 뒤유리체의 막(피질)이 분리되며 혼탁한 부유물이 생긴다. 이것이 점이나 벌레, 실과 같은 형태로 보인다.
비문증을 일으키는 뒤유리체 분리는 50대에 50% 이상에서 발생하고, 나이가 들면서 더 늘어난다. 비문증 자체는 대부분 시력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부유물의 숫자나 크기에 변화가 없으면 치료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일상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부유물 크기가 크다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김용대 강동성심병원 안과 교수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심한 비문증이라면 유리체절제술 등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며 “하지만 수술 후 합병증으로 백내장, 녹내장 및 망막질환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노화성 비문증은 처음 나타난 뒤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호전되지만 개인차가 있다. 부유물 위치가 바뀌면서 시야에서 사라질 수 있고, 뇌가 스스로 적응 능력을 키워 부유물을 무시하기도 한다. 다만 비문증의 8~15%에서 망막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어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필요하다.
비문증과 연관된 대표적인 망막질환은 망막박리와 망막열공이다. 유리체 변성이 망막에 자극을 일으켜 망막이 찢어지는 것이 망막열공이다. 이러한 망막열공으로 유리체가 액화되며 생긴 물이 스며들어 망막이 떨어지는 것이 망막박리다.
망막열공과 망막박리를 방치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진단ㆍ치료해야 한다. 특히 눈 앞이 번쩍거리는 광시증과 비문증이 동반되면 망막열공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망막박리는 눈 앞에 커튼을 친 것처럼 시야를 가리는 시야 장애를 일으키는데, 황반부까지 침범하면 시력이 크게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시야 장애는 주변부터 시작되며 물체가 일그러져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망막박리는 고령인뿐만 아니라 고도근시인 젊은층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고도근시로 유리체 변성이 쉽게 일어나고 망막박리도 일찍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2003~2018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망막박리 수술을 받은 1,599명을 분석한 결과, 40대 이하 젊은 망막박리 환자 가운데 고도근시가 50∼60%, 근시는 90%였다”고 했다.
이밖에 당뇨병이나 고혈압으로 망막혈관에 문제가 생겨 비문증이 나타나면 곧바로 치료해야 한다. 검사는 산동제(散瞳劑)로 동공을 확대해 망막과 유리체 상태를 확인하는 안저(眼底)검사가 대표적이다.
질환 정도에 따라 레이저 치료나 망막박리 수술을 시행한다. 망막열공은 간단한 레이저 치료로 끝날 때가 많다. 망막박리는 열공을 폐쇄하는 공막돌륭술이나 안구 내 유리체를 제거하고 망막을 붙이는 유리체절제술을 시행한다. 김 교수는 “망막박리를 오래 방치할수록 시력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증상이 생기면 빨리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부유물 숫자나 크기가 늘어난다
-눈 앞이 순간 번쩍이는 증상(광시증)이 동반된다
-눈 앞에 커튼을 친 것처럼 시야가 가리워진다
-갑자기 시력이 떨어진다
-사물이 일그러져 보인다
-고혈압ㆍ당뇨병 등 지병이 있다
-백내장, 라식 수술 후 생겼다
-고도근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