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지는 맞추어 보고, 정답은 맞히는 것

입력
2020.07.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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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더위에 지치면 자연스레 입맛이 떨어지게 된다. 이럴 때는 입맛을 돋우는 음식을 먹어줘야 한다. 어떤 음식이 있나 싶어 인터넷을 찾아보면 ‘돋우는’을 ‘돋구는’으로 잘못 쓴 글이 많이 보인다. 둘 다 표준어이지만 ‘돋구다’는 ‘안경의 도수를 돋구다’ 외에는 쓰이지 않는다, 따라서 안경 도수를 높일 때를 빼고는 ‘돋우다’를 쓰면 된다. 이런 경우는 한쪽이 거의 쓰이지 않는 말이라서 올바른 사용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비슷한 말이 모두 고루 쓰일 때는 좀 생각을 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맞히다’와 ‘맞추다’가 있다. 문제에 정답을 내는 것은 ‘맞히다’인데 친구와 서로 답을 비교해보는 것은 ‘맞추다’이다. 즉 “몇 문제나 맞혔는지 궁금해서 친구의 답안지와 맞추어 보았다.”로 써야 한다. 이처럼 ‘맞추다’는 서로 무언가를 맞붙여놓고 견주어보거나(대조, 비교), 정해놓은 어떤 기준에 맞도록 하거나(기준/규정에 맞추다), 물건을 주문하는 경우(옷/떡을 맞추다)에 쓴다. ‘맞히다’는 ‘정답을 맞히다’와 더불어 ‘(눈/비/바람/침/주사 등)을 맞다’의 사동형인 ‘~을 맞게 하다’의 뜻이 분명할 때 쓴다(눈/침을 맞히다).

표준어 규정은 지켜 쓰기가 어렵다고도 하지만, 사실 말을 편하게 쓰도록 단어들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원래 ‘돋우다’와 ‘돋구다’는 구별이 모호한 부분이 있었으나 ‘돋우다’ 쪽으로 최대한 몰아서 정리했다. 그리고 과거에는 ‘맞히다’와 ‘맞추다’뿐 아니라 ‘마추다’까지 사용되고 있어서 더 복잡했지만, 지금은 ‘마추다’는 없애고 ‘맞추다’로 통일했다.

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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