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여의도에 내집마련한 통합당, 영광의 시대 재현할까?

입력
2020.07.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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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의 정치학>


미래통합당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중앙당사를 매입했다. 2018년 국회에서 1㎞ 가량 떨어진 영등포동으로 옮겨간 지 2년 만의 복귀다. 주요 정당의 당사는 그 당의 흥망성쇠를 보여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수세에 몰려있던 통합당이 이번 당사 매입을 계기로 어떤 정치적 지형을 만들어갈지 주목된다.

통합당이 16년 만에 구입한 건물은 국회 앞 남중빌딩이다. 지상 9층 ㆍ지하 3층 규모로 기존 카페와 음식점, 일반 사무실 등이 입주해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사와는 한 블록을 사이에 두고 있다. 도보로 4분 거리다. 매입 금액은 400억원대로 알려졌다. 비용은 지역 시ㆍ도당 건물 담보대출로 마련할 예정이다. 과거 서울시당이 입주했던 인연을 빼면 통합당과 특별한 사연은 없다. 통합당 관계자는 22일 “매물 자체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 계약 조건 등을 따져 정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중앙당사의 위치나 규모는 당세(黨勢)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당이 쇠할수록 ‘민의의 전당’인 국회와 멀어졌고, 규모도 축소됐다. 통합당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나라당 시절이던 2002년 16대 대선 패배 이후 ‘차떼기 파동’을 겪은 통합당은 2004년 여의도 중앙당사를 전격 매각하고 천막당사를 쳤다. 그로부터 84일간 천막 생활을 하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으로 당사를 옮겼다. 당세를 회복하던 한나라당은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국회 앞 한양빌딩에 재입성했다. 이후 2018년 영등포로 터를 옮기기까지 11년 간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배출하며 영광의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탄핵과 분당, 2017년 대선 패배, 2018년 지방선거 참패 등으로 위기에 처하면서 당 쇄신 차원에서 여의도를 떠났다.

민주당 역시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당사 이동이 잦았다. 1995년 새정치국민의회의가 여의도 한양빌딩에서 터를 잡은 이후,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열린우리당이 창당되면서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으로 옮겼다. 그러나 ‘호화 건물 논란’에 휩싸이면서 2004년 17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여의도를 떠나 영등포구의 옛 농협 청과물공판장 건물로 이사했다. 이후 영등포-여의도 당사 이원화 및 일원화를 반복하다 2016년 국회 앞 장덕빌딩을 매입했다. 당시 민주당은 “정권교체의 의지를 다지기 위한 취지”라고 매입 이유를 밝혔는데, 그 바람은 이듬해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현실화했다.

2년 만의 여의도 복귀는 통합당에 단순히 ‘이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대통령을 둘이나 만든 땅에서, 2년 뒤 대선 승리를 일궈내겠다는 각오가 깔렸다. 대통령 탄핵과 전국단위 선거의 잇따른 패배 등 쓰라린 역사를 끊어내고, 영광의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통합당은 내달 중 이사를 마무리 짓고 여의도 시대를 열 계획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사 이전에 맞물려 새 당명도 확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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