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소 사실 유출' 불똥 튄 검찰... "외부에 알린 사실 일절 없어"

입력
2020.07.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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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되기 직전, 한 검찰 간부가 피해자 측 연락을 받고 ‘가해자가 박 전 시장’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 전 시장 피소 사실의 유출 경로로 그동안 주로 청와대와 경찰이 의심받아 왔는데, 이제는 검찰로도 불똥이 튀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사실을 외부에 알린 적이 전혀 없다”고 유출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22일 서울중앙지검은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 A씨의 대리를 맡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가 “(박 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사전 면담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취지의 언급을 내놓자 적극 해명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7일 김 변호사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 사무실 전화로 고소장 접수 전 사전 면담을 요청한 건 맞다”며 “해당 부장검사는 절차상 사전 면담은 어려우니 필요하다면 절차에 따라 고소장 접수를 하도록 안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와의 통화 사실 및 내용, (그 이후)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된 사실에 대해 (대검찰청 등) 상급기관에 보고하거나, 외부에 알린 사실이 일절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청 내 지휘계통에 대한 보고 여부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미리 고소 사실을 인지했다는 것은 이날 오전 김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내용이다. 그는 7일 고소장 작성을 완료한 뒤, 서울중앙지검의 해당 부장검사에게 연락해 면담 신청을 했다면서 “고소장 접수 전에 면담은 어렵다는 원론적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소인이 누군지 확인을 해야 면담 검토를 한다고 해서 피고소인(박 전 시장)에 대해 말했다”며 “다음날 오후 3시 면담을 하기로 했는데, 7일 저녁 해당 검사가 본인 일정 때문에 어렵다고 전해 왔다”고 덧붙였다. 결국 검찰에 고소장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 서울경찰청에 연락했다는 것이다.

양측의 설명을 종합할 때, 일단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이 7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알게 된 건 명확해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김 변호사가 (피고소인에 대해) ‘서울시의 가장 높은 분에 대한 사건’이라면서 사전 면담이 꼭 필요하다고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내 상급자나 동료 검사에게 해당 부장검사가 이와 관련한 언급을 했는지는 불확실하나, ‘박 전 시장 피소 사실이 검찰에서 외부로 새어나간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검찰은 피소 사실의 ‘유출’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전 면담 요청) 이후 추가 문의나 고소장 접수는 없었고, 수사지휘 검사가 9일 오후 4시 30분쯤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유선으로 보고받기 전까지 고소장 접수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준기 기자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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