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이 22일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비서실 소속 20명에게 성추행 사실을 알렸으나 무마하기에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의 진상조사단 참여를 거부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를 촉구했다. 서울시는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여성단체의 입장을 전격 수용하고 진상조사단 구성을 철회했다.
피해자 A씨를 지원하고 있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은 이날 서울 중구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 인사담당자를 포함한 전ㆍ현직 비서관 20명이 성추행 피해를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는 성 고충을 인사담당자에게 말했고, 직장 동료에게도 박 전 시장이 보낸 텔레그램 대화 내용과 속옷 사진 등을 보여주며 고충을 호소했다"며 "그러나 담당자들은 '남은 30년 공무원 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을테니 비서로 와 달라' ‘예뻐서 그런 거겠지’ '인사이동은 직접 시장에게 허락을 구하라'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은 그러면서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추행 방조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강제추행 방조 고발건과 관련해 관련인들에 대해 조사중인 걸로 안다"면서 성추행을 외면한 전ㆍ현직 비서들도 공범임을 강조했다.
A씨 측은 이런 사정으로 인해 서울시가 구성하겠다는 진상 조사단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시장을 정점으로 한 업무체계는 침묵을 유지하게 만드는 위력적 구조였음이 드러났다"면서 "서울시는 책임의 주체이지 조사 주체일 수는 없다"며 진상조사단 참여를 거부했다. 이어 이 소장은 "인권위의 긴급조치, 직권조사 혹은 진정조사가 진행되는 게 최선이며, 조사 범위에는 서울시의 성차별적 업무환경과 전현직 관련자 조사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 지원 단체들은 A씨와 협의 후 다음주 중 인권위에 진정을 낼 예정이다.
서울시는 피해자 측 기자회견 직후 유감을 표명하고 인권위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피해자 지원 단체의 진상규명 조사단 참여 거부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가 이뤄질 경우 적극 협조해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은 또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를 접수하기 하루 전 서울지검과 먼저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기 하루 전 중앙지검에 면담을 요청했고 부장검사와 약속을 잡았다”면서 “하지만 ‘일정 때문에 약속된 시간에 면담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고 고소인과 상의한 후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측은 “김모 변호사와의 통화 사실 및 통화 내용, 고소장 접수 사실을 상급기관에 보고하거나 외부에 알린 사실이 일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