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부 이후 정권 중에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동안 서울 아파트 값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 3년 간 서울 내 25평 아파트값 상승액은 4억5,000만원에 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1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소재 34개 대규모 아파트 단지 8만여 세대(강남 4구 소재 18개 단지 및 비강남 16개 단지)의 아파트값 시세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은 1993년 김영삼 정부부터 올해 5월까지 각 정권 임기 초와 말 서울 아파트 1채(25평 기준) 값 변화를 들여다 봤다. 가격은 부동산뱅크 및 국민은행 부동산 시세 자료 등을 활용해 평당(3.3㎡) 시세를 바탕으로 계산했다.
분석 결과 문재인 정부 3년(2017년 5월~2020년 5월) 간 25평 아파트값 상승액은 4억5,000만원으로, 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 정권과 비교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문재인 정부 임기 초에는 25평 아파트 값이 8억4,200만원 수준이었으나, 지난 5월에는 12억9,200만원으로 53%나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권 별 상승액은 노무현 정부(2003∼2008년) 3억7,000만원(94%), 박근혜 정부(2013년∼2017년 5월) 1억7,900만원(27%), 김대중 정부(1998∼2003년) 1억6,600만원(73%), 김영삼 정부(1993∼1998년) 4,700만원(26%) 순이었다. 아파트 값이 하락한 때는 이명박 정부(2008~2012년)가 유일한데, 임기 초보다 1억100만원(-13%) 가량 하락했다.
임기 초와 임기 말 아파트 값 변화 양상을 세부적으로 보면, 김영삼 정부는 1억8,200만원에서 2억2,900만원, 김대중 정부는 2억2,900만원에서 3억9,500만원, 노무현 정부는 3억9,500만원에서 7억6,400만원, 이명박 정부는 7억6,400만원에서 6억6,300만원, 박근혜 정부는 6억6,300만원에서 8억4,200만원으로 변동됐다.
정권 별로 강남과 비 강남 아파트 값 간 격차도 벌어졌다. 김영삼 정부 초기 강남ㆍ비강남 간 아파트 1채 당 차액은 921만원 정도였다. 이후 강남권 아파트 값이 급등하면서 올해 5월 이 격차는 9억2,353만원으로까지 증가했다.
정권 별 임기 말 기준으로 강남과 비강남 아파트값 차액을 비교하면, 김영삼 정부 5,052만원, 김대중 정부 2억3,289만원, 노무현 정부 5억3,742만원, 이명박 정부 4억577만원, 박근혜 정부 6억1,293만원, 문재인 정부 9억2,353만원이었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3년간 비강남권 아파트값은 5억3,000만원에서 8억원으로 53% 올랐고, 강남권은 11억4,000만원에서 17억3,000만원으로 52%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간 자산 격차도 커졌다. 경실련은 "28년 간 강남권 기준 아파트값은 평균 1억8,000만원에서 17억2,000만원으로 올라 아파트 한 채만 가지고 있어도 15억4,000만원의 불로소득을 얻었다"며 "전ㆍ월세 무주택자는 전세금 마련에 따른 금융비용과 월세지출로 각각 3억2,000만원과 4억5,000만원을 부담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한다고 따라가는 시대는 지났다"며 "계속 이런 태도를 고집한다면 국민들과 싸우자는 것이기 때문에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 학자 등 여러 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지금까지 쏟아냈던 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실련은 분양 원가 공개, 분양가상한제 시행, 공시지가 인상, 임대사업자 세금 특혜 철회 및 대출 금지, 개발 확대책 전면 재검토 등의 제도화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