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 A씨를 세 번째로 불러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2차 가해를 가한 혐의를 밝히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전날 변호인과 함께 경찰에 출석해 3차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8일 고소장을 접수해 다음날 새벽까지 조사를 받았고, 14일에 출석한 데 이어, 이날 세 번째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A씨가 수차례 성추행 피해를 호소했음에도 서울시 관계자들이 이를 묵인ㆍ방임했다는 의혹에 집중해 진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성추행 묵인 및 방임 관련 사항을 묻기 위해 고소인을 불러 조사한 것"이라며 "진술 내용 등 관련 사안에 대해선 수사 중이라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경찰은 서울시 관계자 등의 성추행 방임 의혹과 관련해서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성추행 방조 관련 서울시 관계자들을 대거 소환해 참고인 조사를 벌였지만, 현재까지 정식 입건돼 피의자로 전환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피해자 측은 기자회견과 입장문을 통해 지난 4년간 시장실과 비서실에서 성폭력이 일상적으로 이뤄졌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들은 특히 이런 성추행 사실을 시 내부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시 관계자들이 번번이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며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피해자가 6개월마다 부서를 옮겨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역시 제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실상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성폭력 등에 노출됐는데도 시 관계자들은 박 전 시장의 '기분'을 맞추느라 이런 상황을 묵인하고, 오히려 그의 성추행을 조장ㆍ방조했다는 것이 피해자 측 주장이다.
별도로 경찰은 피해자의 신원을 노출하거나 피해자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2차 가해와 관련해서도 집중적으로 수사 중이다. 서울경찰청 차장을 팀장으로 하는 수사전담 태스크포스(TF)는 온ㆍ오프라인 상 2차 가해 수사를 위해 일부 서버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특히 박 전 시장 사망 직후 'A씨의 고소장'이라며 떠돌았던 문건에 대해 경찰은 "실제 고소장이 맞는지와는 별개로 고소인이 작성한 것처럼 유통되는 것 자체가 위법"이라면서 관련 수사에도 착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경찰은 전날 오후 박 전 시장에게 처음으로 '실수 한 것 있느냐'고 물어본 것으로 전해진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별보좌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는 등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를 밝히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