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돌아온 사이다… 이재명, 대선주자 존재감 쑥쑥

입력
2020.07.21 01:00
5면
그린벨트 해제-與 서울ㆍ부산시장 공천 반대 등
저돌적 발언 … 이낙연과 지지도 격차 오차범위


질주하는 사이다냐, 일시적 청량감이냐. 최근 정치권의 ‘핫 토픽’은 단연 이재명 경기지사의 광폭 행보다. 이달 16일 대법원 결정으로 '자유의 몸'이 된 직후 “지옥에서 돌아온 것 같다”는 일성을 내놓은 이 지사는 기다렸다는 듯 각종 현안에 선명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핵심 현안에 △당정청의 눈치를 보지 않는 발언을 △거침없는 표현으로 쏟아내는 이 지사는 '지옥에서 돌아온 사이다'라 부를 만하다.

이 지사는 최근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대세론의 주인공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바짝 따라 붙었다. 이 지사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갈 지에 대한 전망은 제 각각이나, 그의 등판으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레이스는 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고삐 풀린 ‘사이다 본능’

이 지사의 망설임 없는 발언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발언 주제도 △대선 구상 △그린벨트 해제 △전반적 부동산 대책 △4월 보궐선거 후보 공천 △당내 대권 후보들의 평가 등 전방위다.

대법원 판결 사흘 만인 19일 이 지사는 당시 여권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그린벨트 해제 문제에 대해 “전국적으로 로또 분양 광풍만 일어날 것”이라며 반대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고 나선 시점에 과감한 쓴소리로 선을 그은 것이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공천 문제를 놓고도 이 지사는 좌고우면하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의 성추문으로 공석이 된 서울시장, 부산시장의 후임을 뽑는 선거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야할지에 대해 이 지사는 “장사꾼도 그렇게는 안 한다”고 일축했다. “정치인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장사꾼도 신뢰를 유지하려고 손실을 감수한다”면서다.


빠르고 선명하나 고비 많아

이 지사의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는 배경으론 다양한 요소가 지목된다. 그의 열성 지지자들은 '변방의 흙수저' 출신다운 저돌적 캐릭터에 열광한다.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 주는 그의 발언은 여의도 정치인들의 '지나치게 따지는' 행보와 대비된다. 이 지사 측 사정에 밝은 한 여권 인사는 “이낙연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등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주로 안정적인 당 운영이나 통합에 무게를 두고 신중한 메시지를 내놓는데 반해, 이 지사는 홀로 과감하게 대중의 기대에 호응하는 모습으로 이목을 끈다”며 “정치인이 앞뒤를 재지 않다 보면 실수가 잦은데 이 지사는 정책 이해도가 높아 아직은 큰 실수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지사의 앞날에 대한 전망이 장밋빛만인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를 중심으로 한 적극적 반대층이 당내에 많은 것이 1차 관문이다. 여의도 정치에 제대로 발 들인 적 없는 ‘아웃사이더’로서의 정체성도 본격적 대선 국면에선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부터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지율은 청신호를 켠 상태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7일 실시한 조사에서 이 지사의 선호도는 18.7%로, 이낙연 의원(23.3%)을 바짝 추격했다. 두 사람의 지지도 격차(4.6%포인트)는 처음으로 오차 범위 안에 들어섰다. 같은 조사에서 이 지사의 선호도가 올해 4월 말 14.4%, 5월 말 14.2%, 6월 말 15.6% 등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대법원 판결 직후 3%포인트 이상 올라선 셈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혜영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