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홍콩 보안법 시행과 함께 글로벌 기업들의 '홍콩 엑소더스'가 빠르게 진행 중인 가운데 국내 포털 업체인 네이버도 홍콩에 두고 운영해 온 백업 서버 데이터를 모두 제3국에 이전했다. 이 데이터엔 이용자의 신체 사이즈나 가족사진 등의 민감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중국이 이를 마음껏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네이버는 이달 초 홍콩 내 데이터를 모두 파기했다면서 이와 같은 가능성을 일축했다.
네이버는 이달 6~10일 홍콩 서버에 있는 백업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파기하고, 현재는 포맷까지 완료했다고 20일 밝혔다. 데이터는 모두 싱가포르로 옮겨졌다. 이는 홍콩 보안법 통과로 중국 정부가 영장 없이 홍콩 주재 기업을 압수 수색할 수 있게 된 배경과 무관치 않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번에 해외 백업 지역의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데이터 백업 지역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측에선 재난 등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데이터가 완전히 소실되는 불시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2016년 10월부터 홍콩에 백업용 데이터를 저장해왔다. 제한된 지리적 영역에 한정해 데이터를 보관할 경우 원본과 백업 데이터가 모두 유실,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인프라 관리는 자회사인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이 담당해왔다. 네이버 측은 "데이터 백업은 사설 전용 네트워크(VPN)을 통해 전송됐으며, 정보보호 규정에 따라 암호화된 상태로 보관됐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특히 지금까지 4년 동안 홍콩에 데이터를 보관해왔지만, 중국은 물론 홍콩 측의 정보 제공 요청 사실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홍콩 저장소 데이터에 대해 정보 제공 요청을 받은 적이 없으며, 무단 반출이나 침해를 경험한 사실도 없다"며 "네이버 백업 데이터 중 개인정보 데이터는 강력한 암호화를 적용해 외부의 제3자가 들여다볼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반면 네이버 못지 않게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카카오는 모든 데이터를 국내에 보관 중이다. 불시의 상황에 대비해 백업 장소를 여러 곳으로 나눠놓긴 했지만, 해외에 따로 백업 서버를 두고 있지는 않다는 게 카카오 측의 설명이다. 카카오 측은 "모든 데이터는 국내에 위치한 카카오 자체 인프라에 암호화해 저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의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네이버가 주민등록번호와 아이핀, 신체 사이즈 등 민감정보를 사용자의 명확한 동의 없이 수집해 홍콩으로 데이터를 이전했다”며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유출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개인정보보호 관계법령이 정하는 최소한의 정보만 저장해 활용하고 있다"며 "문제가 제기된 개인정보의 경우 더 나은 서비스 이용을 위해 이용자가 스스로 '선택적 동의'를 한 사안이고 언제든 본인이 원한다면 정보 수집 동의를 철회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