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민(27ㆍ스릭슨)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거센 ‘10대 돌풍’을 뚫고 프로통산 3승째를 거뒀다. 아마추어 때 거둔 우승까지 포함하면 4승째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처음 시도된 ‘변형 스테이블포드’ 경기방식을 제대로 공략하면서, 연장 두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신생 대회인 KPGA 오픈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올해 예정됐던 결혼식을 미루고 최근 혼인신고를 먼저 했다는 이수민은 아내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안겼다.
이수민은 19일 충남 태안군 솔라고 컨트리클럽 라고 코스(파72ㆍ7,263야드)에서 처음 열린 KPGA 오픈 with 솔라고CC 4라운드에서 20점을 쌓아 최종합계 50점을 기록, 연장 2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시도된 변형 스테이블포드 경기 방식은 알바트로스 8점, 이글 5점, 버디 2점, 파 0점, 보기 -1점, 더블보기 이하 -3점이 부여(일반 스테이블포드는 0~5점 차등 부여)돼 선수들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했다.
이번 대회 경기 방식은 끝까지 우승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게 했다. 최종 4라운드에서 연장전을 펼친 3인방 가운데 전날 단독선두를 달린 김민규(19ㆍCJ대한통운)와 달리 이수민은 전날까지 공동 9위, 김한별(24ㆍ골프존)은 공동 13위로 우승 경쟁이 다소 어려운 위치였다. 1라운드에서 7점을 쌓아 공동 56위에 머물렀던 이수민은 2라운드에선 10점을 더 추가해 공동 27위로 뛰어올랐고, 3라운드에서 13점을 더해 공동 9위까지 성적을 끌어올렸다.
이수민은 마지막 날 기어코 버디 10개를 몰아치며 20점을 쌓으면서 전날까지 단독 선두를 달린 김민규, 이날 버디 8개(16점)와 이글 한 개(5점)를 묶어 무려 21점을 쌓은 김한별과 함께 연장을 치렀다. 1라운드 공동 56위의 악조건을 제대로 돌파한 셈이다. 이수민은 18번홀(파4)에서 이어진 연장전에선 약 4m 거리의 까다로운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그림 같은 세컨샷으로 공을 홀에서 30c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떨어뜨린 김민규와 연장 2차전 승부를 벌이게 됐다. 김한별은 1.5m 정도의 버디 퍼트를 놓치며 우승 경쟁에서 먼저 물러섰다.
같은 홀에서 펼쳐진 연장 2차전에선 홀과 약 7m 거리에 세컨샷을 떨어뜨린 김민규 보다 가까운 3m 거리에 공을 떨어뜨려 우승을 예감했다. 김민규가 버디 퍼트를 실패한 뒤 시도된 이수민의 버디 퍼트는 깔끔히 홀로 빨려 들어갔고, 이수민은 공이 홀로 들어가기 전에 우승을 예감한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연장전 징크스’를 깼다는 점이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번까지 연장전을 4차례 치렀지만 이긴 적이 없었다”며 “부담을 버리고 경사도 처음 본 대로 퍼트 한 게 우승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또 내년 2월 군 입대를 준비하고 있던 상황에서 거둔 우승이라 의미도 남다르다.
그는 “입대를 앞두고 4년 가까이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등으로 결혼을 미룬 채 최근 혼인신고를 했다”며 “아내가 3살 연상인데, 유럽 무대에서 흔들렸을 때도 잘 다독여주는 등 고마운 마음이 컸다. 우승 트로피를 아내에게 꼭 바치고 싶다"고 전했다.
김주형과 함께 10대 돌풍을 함께 이끈 김민규는 지난주 군산CC 오픈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끝까지 우승 경쟁을 펼쳤지만 2주 연속 준우승을 기록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