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검토하던 불사조 모양의 새 로고가 논란이 되자 한나절 만에 입장을 번복, 새 로고를 폐기했다. 로고를 둘러싼 논란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모양새지만, 공사 측은 이번 사태를 “공사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의도적으로 왜곡하려 한 것"이라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을 키우고 있다.
19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 17일 오전 10시쯤 해명자료를 통해 "인천공항 브랜드 체계 전반에 대한 검토 용역을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하고 있다"며 "로고는 현 디자인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는 두 가지 방향으로 검토 중이며 언론보도에 등장하는 로고는 여러 후보 시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인천공항공사는 내년 3월 개항 20주년을 앞두고 기업 로고(CI) 교체를 검토해 왔다.
공사는 이어 "로고 교체 여부는 새 디자인에 대한 대내외 의견 수렴과 교체 시 발생하는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결정할 것"이라며 "로고 디자인 작업을 마쳤고 전면적으로 교체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직고용 관련 불만이 있는 직원 등이 의도적으로 왜곡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사 측은 같은 날 오후 6시쯤 참고자료를 통해 “그간 자체 토론회를 수 차례 개최해 검토한 결과 적절치 않아 추진하지 않고 최종적으로 폐기했다"고 설명했다. “검토 중”이라던 시안이 약 8시간 만에 폐기된 것이다.
논란이 일자 새 로고를 제작한 디자인혁신위원회의 A 위원장과 구본환 공사 사장이 친구 사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논란이 확대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공사는 "A 위원장은 관련 학회와 단체 등에서 추천 받은 인사이자 응용미술학을 전공한 디자인 전문가로, 구 사장과 연령, 출신 학교, 지역 등이 다르다"며 "실제 로고 디자인은 A 위원장이 아닌 전문 업체가 맡았다"고 해명했다.
지구와 한반도, 불사조를 형상화한 것으로 알려진 공사 새 로고를 둘러싼 논란은 직원들이 항의성 대자보를 붙이거나 청와대 국민청원에 '교체를 막아달라'는 청원 글을 올리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새 로고는 중국 항공사 에어차이나 등의 CI와 유사하고 한반도가 아닌 중국 대륙에 초점을 맞춰 형상화한 것이 아니냐는 등의 지적이 제기됐다. 브랜드마케팅 전문가인 손혜원 전 의원도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단연코 나쁜 디자인"이라며 "기존 로고가 백배 이상 더 괜찮은 로고로, 더 이상 분란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접으시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비정규직 제로화에 따라 3개 자회사가 신설되고 기존 로고는 구름이 많이 낀 공항 이미지로 보일 수 있어 청명하고 안전한 이미지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는 일부 전문가 의견에 따라 로고 교체 등을 검토했다”며 "10여개 후보 시안 중 하나인 (불사조를 형상화 한) 로고는 그간 디자인혁신자문위원회, 간부회의에서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