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동통신 시장에도 '언택트' 바람이 불고 있다. 무인매장을 열고 온라인 판매처를 확대하는 등 이통사들의 언택트 전략이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다. 하지만 일자리 감소와 불완전 가입 증가 등 이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오는 9월 모든 업무를 고객 스스로 처리하는 무인매장을 연다. SK텔레콤의 무인매장에서는 휴대폰 비교, 인공지능(AI) 기반 요금제 컨설팅, 가입 신청과 휴대폰 수령 등 개통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키오스크 등으로 직원 대면 없이 할 수 있다. 연중 무휴라 주말에도 이용 가능하다. LG유플러스도 10월 중 서울 종로구에 무인매장을 개설한다. 여기서도 키오스크를 통해 고객의 단말 탐색, 상담, 개통 과정이 비대면으로 처리될 예정이다.
온라인 판매처도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KT와 LG유플러스는 온라인 쇼핑몰 쿠팡과 손잡고 최근 비대면 휴대폰 개통 서비스를 시작했다. 쿠팡 홈페이지에서 휴대폰을 구입하고 요금제에 가입하면 쿠팡의 로켓모바일 배송 서비스를 통해 주문 당일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SK텔레콤 역시 카카오톡과 11번가로 온라인 판매처를 넓히고 있다.
이통사가 휴대폰 비대면 유통 서비스를 확대하는 이유는 전자제품 거래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온라인에서 휴대폰을 구입한 건수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런 움직임은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휴대폰 판매점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일자리 감소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G경제연구원이 2018년 발표한 'AI에 의한 일자리 위험 진단' 보고서는 향후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의 43%가 AI로 대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통신서비스 판매원의 경우 일자리 자동화 위험이 가장 높았다. 이동통신유통협회(KMDA)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전국 휴대폰 유통업 종사자 수는 30만명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약 6년이 지난 지금도 10만~20만명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업계 등 키오스크 판매가 이미 정착한 분야와 달리 이통 서비스는 가입 유형이 다양해 키오스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번호이동, 기기변경부터 복잡한 요금제와 유무선 결합상품까지 소비자들이 스스로 구분해 가입한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서비스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가입하게 되는 '불완전 가입'이 늘어날 거란 예상이 그래서 나온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에 익숙치 않은 고령층에게는 키오스크 휴대폰 개통 서비스가 더욱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19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 대비 64.3%에 불과했다.
KMDA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상반기 휴대폰 시장 자체가 침체된 상황에서 무인매장까지 확대될 경우 골목상권은 줄폐업을 면치 못할 수 있다"며 "어르신들이 휴대폰을 바꾸러 오면 전화번호부를 옮겨드리고 새 휴대폰 사용법도 가르쳐 드리는데, 이런 업무는 키오스크로 대체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