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모순된 상황에서 거센 논란도 있다. 그러나 정의당은 이 치열함을 통해서 더 선명해지고 더 성숙해지고 더 단단해지겠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8일 고(故) 노회찬 전 대표의 2주기 추모제서 “대표님의 유지대로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의당은 지난 4ㆍ15 총선에서 목표로 했던 원내교섭단체 진입(20석)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6석 획득에 그쳤다. 정의당은 이후 '심상정 대표 체제'를 비롯한 지도부 혁신을 꾀하고 있다.
심 대표는 이날 경기 모란공원묘지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추모사로 “오늘 대표님을 뵈러 오는 걸음이 무거웠다”며 “지난 총선에서 원내 교섭단체 꼭 만들어서 대표님 대신 물구나무 서겠다고 약속을 드렸는데 지키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저와 우리 당원들은 대표님의 유지를 받드는 심정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왔다”며 “그러나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폭거로 개정 선거법마저 좌초되고 말았다. 참으로 아픈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심 대표는 “총선 결과를 받아보며, 신영복 선생님께서 생전에 대표님과 저를 앉혀놓고 써주신 ‘석과불식(碩果不食ㆍ과실나무의 가장 큰 과일은 먹지 않고 다음 종자로 남긴다는 뜻)’이라는 말을 떠올렸다”며 “거대 양당의 광풍에도 불구하고 전국 지도 위에 찍힌 노란 점 하나 그리고 다섯 석의 비례의석이야말로 대한민국 정치 변화를 위해서 국민들께서 남겨두신 씨과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대표님께서는 그동안 당 내에서 왼쪽이 맞다, 오른쪽이 맞다는 방향을 놓고 갑론을박할 때 늘 아래로 더 아래로 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대표님의 말씀을 등불로 정의당은 더 낮은 곳으로, 6411번 버스 속의 노동자와 자영업자와 여성과 비정규직 청년, 농민, 장애인, 이주민, 소수자의 곁으로 가겠다”고 다짐했다.
정의당은 ‘심상정 체제’로 대표되는 당내 지도체제 혁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심 대표가 류호정ㆍ장혜영 의원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 거부 선언’에 사과하면서 당내 갈등이 일기도 했다. 당 내에서는 여권과의 관계를 고려한 심 대표와 젠더 이슈에 무게를 둔 류호정ㆍ장혜영 의원의 노선 갈등이 드러난 결과라는 해석도 나왔다.
심 대표는 “정의당은 지금 혁신과 도약을 위한 길을 모색하고 있다. 여러 모순된 상황에서 거센 논란도 있다”며 “정의당은 이 치열함을 통해서 더 선명해지고 더 성숙해지지고 더 단단해지겠다”고 다짐했다. 정의당은 19일 당 대표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혁신안 초안을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