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경기도의 배달서비스 정책실험

입력
2020.07.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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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배달의 민족’의 정률제 수수료 발표로 플랫폼 서비스의 독과점 폐해가 현실화하면서 서울시 등 지자체가 적극적인 정책 의지를 나타냈다. 숙박ㆍ구인ㆍ구직 등 플랫폼의 독과점 폐해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공공이 개입 가능성을 보임으로써 과도한 이익 추구에 규제 아닌 방법으로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사용자 간 연결을 제공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은 사용자 증가로 인한 효익 증대(네트워크 효과)와 ‘영’에 가까운 한계 비용 탓에 초기 공격적 지출로 사용자 확대 후 시장 지배력을 갖는 자연 독과점의 문제가 있다.

독과점에 대응한 ‘규제’는 근거 마련 및 집행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사업자의 변화도 이끌어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타다’ 논란처럼 규제는 기존 사업자 이익 보호라는 부작용과 불확실성을 키워 ‘혁신’ 사업 투자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므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배달 서비스’의 경우 서울시와 경기도 모두 규제가 아닌 방법을 택했지만 서울시는 가맹점 등 확보를 위해 제로페이 인프라를 활용하는 ‘제로배달 유니온’이 9월 개시 예정이고, 경기도는 12월 일부 시군에 사회적 기업 형태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두 가지 상이한 정책을 지켜보는 것은 두 지자체의 능력 비교를 넘어 플랫폼 확장에 따른 불평등 심화라는 세계 문제에 우리나라의 지자체가 각각 다른 정책으로 대응하는 실제 실험(live test)인 점에서 경제사적 의의가 있다.

몇 가지 비교를 통해 두 정책의 결과를 예측해 본다. 먼저 배달업 생태계 측면이다. 현재처럼 소수의 큰 사업자만 존재하면 독과점 폐해가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경기도의 직접 참여 방식은 중소 규모의 사업자만 생길 가능성이 높다. 반면 서울시의 ‘배달 유니온’은 민간의 목표에 따라 동(洞) 수준부터 제로페이 가맹점 전역까지 다양한 규모의 플랫폼이 공존하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둘째 사업 영속성 측면이다. 경기도의 방식은 사회적 기업의 규모를 키우기 어려워 효율이 떨어지면 결국 재정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반면 서울시의 방식은 민간 사업자가 기존 제로페이 인프라를 활용하므로 지속적 재정 투입 없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확장성 측면에서 경기도의 방식은 향후 다른 서비스의 필요성이 대두될 때 해당 업종에 사회적 기업을 추가해야하므로 다양성 및 영속성의 문제가 반복될 수 있는 반면 서울시의 방식은 기존의 제로페이 인프라를 활용하므로 확장성도 높다.

물론 두 정책은 아직 준비 단계이며, 정책 결과는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에 위대한 도전을 하는 서울시, 경기도 관계자 분들을 응원하고 싶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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