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폼페이오 ‘곰돌이 푸’ 인형과 반려견 사진이 中 조롱?

입력
2020.07.16 14:04
곰돌이 푸, 미국서 시진핑 주석 상징으로 자리 잡아
폼페이오  장관 인터뷰서 “시진핑과 무관” 해명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반려견 ‘머서’ 사진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영국 BBC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반려견이 ‘곰돌이 푸’ 인형 등과 함께 있는 사진과 “머서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들”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이를 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아냥댄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BBC는 해당 트위터에 시 주석을 조롱하는 댓글이 수천 개 넘게 달렸다고 전했다. 해당 트위터엔 현재 약 4만1,000개의 ‘좋아요’와 3,200여개의 댓글이 달린 상태다.

해당 사진이 논란이 된 것은 온라인 검열이 심한 중국에서 곰돌이 푸가 시 주석을 대신한 캐릭터로 쓰여왔기 때문이다. BBC는 폼페이오 장관이 순수한 의도로 사진을 게재했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잠재적 가능성이 충분히 숨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트위터에서 쓰인 ‘개’라는 단어가 중국 내에서는 미국이나 폼페이오 장관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반려견이 곰돌이 푸 인형과 함께 있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트위터는 미국이 중국을 가지고 놀고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 중국 SNS인 웨이보 등에서 곰돌이 푸를 검색하면 정부가 승인한 언론이나 공식 인증된 계정만 올라오며 하단에는 ‘일부 결과가 누락됐다’는 고지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2019년 시진핑 주석을 곰돌이 푸와 연관지으며 희화화했다며 대만 게임 ‘환원’(Devotion)을 판매 금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은 아이오와 주 보수 성향 라디오 진행자 사이먼 콘웨이와 인터뷰에서 “ ‘푸 게이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머서는 30여개의 장난감을 가지고 있는데 머서의 선택이 그거(푸 인형)였다”고 답했다. 이어서 “따라서 (시진핑 주석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BBC 방송이 해당 트윗과 사진에 의미를 부여해 심각하게 보도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폼페이오 장관은 웃으면서 “그 보도를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시 주석에 대한 곰돌이 푸 별명은 2013년부터 시작됐다.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버락 오마바 전 미국 대통령과 걸어가는 장면을 본 누리꾼이 곰돌이 푸와 티거가 걷는 장면을 함께 편집해 올려 인기를 끌었다. 이에 중국은 2018년부터 곰돌이 푸에 대해서도 검열을 시작했다.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는 중국에서 검열 처분을 받아 상영이 금지되기도 했다.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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