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가 어색할 때

입력
2020.07.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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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부호는 글의 구조를 분명하게 드러내거나 글쓴이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하여 쓰는 부호이다. 이것도 한글맞춤법에 부록으로 포함돼 있는데 다른 규정보다 그렇게 엄격한 편은 아니다. 문장부호의 사전적인 뜻 그대로 글쓴이가 의미 전달을 위해 적절하게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문장의 끝에 쉼표를 쓴다거나 해선 안 되는데 반드시 지켜야 할 규정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문장부호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면 오히려 어색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물음표는 의문문이나 의문을 나타내는 문장 끝에 쓰지만 모든 의문문에 붙일 필요는 없다. 의문의 정도가 약할 때는 그냥 마침표를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역사가 무엇인지 대답을 듣고 싶다면 “역사란 무엇인가?”라고 쓰고, 꼭 대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화두 정도로 던지는 것이라면 “역사란 무엇인가.”도 가능하다. 그러나 제목에서는 문장의 끝에 마침표, 느낌표, 물음표 등을 붙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카(E. H. Carr)가 쓴 책 제목은 “역사란 무엇인가”라고 써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원칙일 뿐이다. 글쓴이가 꼭 붙여야겠다는데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마침표나 물음표가 붙는 제목이 가끔 보인다. 일본 만화영화 '너의 이름은.'은 감독이 강력하게 요구해서 특이하게 영화 제목에 마침표가 붙은 경우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도 'Your Name.'으로 개봉했다고 한다. 작품 제목이나 회사명, 상표명 같은 고유명사를 적을 때라면 맞춤법 표기에 맞지 않더라도 관용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

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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