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고 불타는 이란... 미·이스라엘 '그림자 전쟁' 일까

입력
2020.07.16 11:58
10면
부셰르조선소에서 원인 불명 화재 발생
나탄즈 원자력시설 등서도 '사고' 잇따라


이란 남부 부셰르조선소에서 15일(현지시간) 이유를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선박들이 불에 탔다. 공교롭게도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체결 5주년 바로 다음 날이다. 지난 수 주일 새 이란 곳곳에서 화재와 폭발이 잇따르면서 미국과 이스라엘 등 적성국들이 '그림자 전쟁'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정까지 나온다.

이란 국영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쯤 부셰르항 인근 델바르 카슈티 부셰르조선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조 중인 선박 최소 7척을 불태웠다. 조선소 관계자와 지역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불길은 7시간 이상 계속됐다.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은 아직 알 수 없으며 불길이 완전히 잡힌 후 원인을 분석할 것이라고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말했다.

이란에서는 최근 의문의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달 26일 핵시설로 의심받는 파르친 군기지 부근에서 대형 가스탱크가 폭발한 데 이어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는 나탄즈 핵시설 단지에서도 이달 2일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수도 테헤란 북부의 한 보건소에서 가스누출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해 최소 13명이 숨졌다. 게다가 이날 부셰르조선소 화재까지 발생한 것이다.

사고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발생한 장소가 문제다. 당장 부셰르에는 이란의 유일한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해 있다. 이란은 2013년부터 가동 중인 부셰르 1호기에 더해 러시아의 지원 아래 2ㆍ3호기를 건설 중이다. 이들 원전에서 나온 사용 후 핵연료봉은 러시아에서 재처리된다. 파르친 군기지는 미사일 개발 의혹을 사고 있고, 나탄즈 핵시설 단지는 이란 핵무기 개발의 중심지다.

이 때문에 미국ㆍ이스라엘 배후설이 거론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측은 잇따른 화재와 폭발을 미국과 이스라엘의 비밀작전 일부로 의심한다"고 전했다. 이란 정치분석가 압바스 아브디는 "이란 정부가 국내 통제력을 잃고 있다는 점을 암시하면서 야당 지지자들을 독려하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니세 바리시 타브리지 영국 로열유나이티드서비스연구소 연구원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란의 군사적 반응을 끌어내려는 세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