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중개료 5%를 먹는다고? 법률 유료 '지식in' 서비스 놓고 논란

입력
2020.07.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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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법상 '변호사 아닌 자'의 중개ㆍ대가 여부 
"네이버라는 거대 플랫폼에 종속" 반대 의견과
"변호사 자기 홍보 기회 확대" 찬성 첨예한 대립

편집자주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간간이 조명될 뿐 일반인들이 접근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법조계. 철저히 베일에 싸인 그들만의 세상에는 속설과 관행도 무성합니다. ‘법조캐슬’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한국일보>가 격주 월요일마다 그 이면을 뒤집어 보여 드립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온라인 전문가 상담 플랫폼 '지식인 엑스퍼트(지식iN eXpert)' 서비스를 개시했다. 엑스퍼트는 전문적이고 개인화된 상담을 원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만든 지식인의 유료 버전 서비스다. 전문가를 선택해 돈을 지불하면 정해진 시간 동안 채팅 혹은 전화로 상담받을 수 있다. 현재 재테크, 운세 등 10개 분야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 서비스를 둘러싸고 요즘 법조계가 소란스럽다. 네이버가 법률상담 서비스까지 시작했기 때문인데, 급기야 엑스퍼트는 변호사법 위반 논란에까지 휩싸였다.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에 "서비스가 위법하다"는 진정이 쏟아졌고, 결국 지난달 한 변호사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수수료 5.5%... "법 위반" vs "최소한의 실비"

이 서비스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지점은 네이버가 상담료의 5.5%를 수수료로 가져간다는 것이다. 엑스퍼트에 반대하는 변호사들은 이것이 명백한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이 법 제34조는 '누구든지 법률사건이나 사무를 특정 변호사에게 알선하고 금전 대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반면 네이버는 "엑스퍼트가 사건 중개 서비스도 아닐 뿐더러, 수수료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실비에 불과하다"며 반박한다. 결제대행업체(PG) 이용료 등 플랫폼 유지에 드는 최소한의 돈을 받고 있을 뿐이라는 말이다.

네이버는 또 "과거 유사 서비스들도 고발당했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났다"며 엑스퍼트가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김대중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김태정(79ㆍ사시 4회) 변호사가 만든 온라인 법률ㆍ회계 서비스 업체 '로시컴'은 2013년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로부터 고발된 사례가 있다. 그러나 검찰은 "시스템 운영비 이상의 돈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소하지 않았다. 현재 가입 변호사 2,100명, 한 달 상담 1만5,000건에 이르는 '로톡'도 4년 전 대한변협으로부터 고발당했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다만 이번에 변호사들이 엑스퍼트의 수수료를 문제 삼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 '광고비 징수'라는 우회로를 택한 다른 서비스들과는 달리, 엑스퍼트는 수수료를 직접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성숙 대표를 고발한 김평호(39ㆍ연수원 43기) 변호사는 "로톡 등 유사 서비스들은 모두 변호사법 위반 시비를 막기 위해 상위 노출에 대한 광고비를 받는다"며 "네이버의 수수료만 합법이라고 보는 것은 법 적용이 평등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대 변호사들 "네이버에 종속... 법률서비스 질 낮아질 것"

논란은 수수료에서 그치지 않는다. 반대 변호사들은 "진짜 심각한 문제는 법률서비스 시장이 네이버라는 거대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바탕엔 현재 법조계가 '네이버 키워드 광고'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본보 2019년 1월 7일자). 네이버 키워드 광고는 입찰제로 운영되는 탓에 인기 있는 키워드일수록 값이 오른다. 하지만 네이버 광고와 사건 수임이 실제로 직결되는 효과를 이미 학습해 버린 변호사들로선 가격이 상승해도 자신의 광고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네이버가 시장을 독점하면, 수수료가 올라도 시장에서 도태될까 봐 변호사들이 쉽게 엑스퍼트에서 탈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호사들이 엑스퍼트에 길들여질 게 뻔하다는 비관론이다. 수수료가 오르면 법률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엑스퍼트의 등장에 대한 긍정론도 만만치 않다. 찬성론자들은 엑스퍼트의 장점으로 '변호사들에게 동등한 경쟁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먼저 꼽는다. 유사 서비스가 많아질수록 서초동의 이름값 높은 전관 변호사가 아닌, 지방 변호사들이나 갓 로스쿨을 졸업한 젊은 변호사들도 직접 홍보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변호사가 3만명에 달하는 무한경쟁 시대에 엑스퍼트가 '공정한 운동장'을 만들어 줬다는 얘기다.


"공평한 자기 PR 기회 생긴 것" 긍정 목소리도

또한 찬성 측은 반대 측 변호사들을 향해 "법률과 기술의 결합, 곧 리걸테크(legaltech)라는 시대적 흐름에 뒤처져 있고 변화에 배타적"이라고 비판한다. 리걸테크 분야에 종사하는 한 변호사는 "사무장이 받는 수수료는 사건 수임 대가인 반면, 엑스퍼트 수수료는 법률 정보가 모여 있는 공간을 쓰기 위한 '사용료'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치킨 한 마리도 플랫폼에서 비교한 뒤 주문해 먹는 시대"라며 "변호사들이 신기술을 배척하다 보면, 법률 서비스를 쉽게 접하려는 소비자의 요구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엑스퍼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변호사들 사이에선 반대 측이 내세우는 '네이버 종속' 논리가 비약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온라인 법률상담 서비스 이용자들은 단순히 법률적 호기심 충족을 위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아 사건 수임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대부분은 10분 상담하고 2만원 정도를 받는 수준에 그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로선 엑스퍼트가 큰 시장을 형성한 상황도 아니다. 지금까지 엑스퍼트에 가입한 변호사는 총 150명이며, 지난 6월 한달 간의 상담 건수는 3,630건 정도다.

이처럼 엑스퍼트를 둘러싼 찬반 의견이 첨예한 탓에 서울변회는 최근 대한변협에 "엑스퍼트의 위법 여부를 판단해 달라"면서 유권 해석을 요청했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과거 유사 서비스 사건에서 두 차례나 불기소 처분이 나오긴 했지만 오래전 일이고, 엑스퍼트의 수수료 징수 체계가 다른 서비스들과는 미묘하게 달라 새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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