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군 女공무원, 극단 선택 전 인사담당에 성폭력 피해 알렸다

입력
2020.07.15 21:01
가해자로 지목된 간부 범행 부인
경찰, 유족ㆍ공무원 등 조사 착수


간부 공무원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봤다고 호소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전북 임실군청 소속 여성 공무원이 숨지기 전 인사 담당자에게 피해 사실을 미리 알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임실군 등에 따르면 숨진 A(49)씨는 지난 8일 오후 인사부서 담당 과장에게 "(내게) 성폭력을 저지른 간부와 어떻게 일을 하겠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문자를 받은 과장은 구체적 피해를 확인하려 했으나 A씨가 만남에 응하지 않아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여러 번 연락을 시도한 끝에 A씨로부터 '월요일(13일)에 출근하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이 과장은 설명했다. 이 과장은 "문자메시지에 가해 공무원 이름이나 시기 등이 적혀있지 않아 진위를 파악하려 했다"며 "(고인과) 접촉을 시도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 월요일까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이 과장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몇몇 직원이 고인의 집과 관리사무소까지 방문했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며 "군에서 아무런 조처나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임실군은 숨진 A씨 사망 사건에 대한 별도의 진상조사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성폭력 가해자로 거론된 간부 공무원이 관련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데다, 피해 공무원이 숨져 자체 조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11일 오후 5시30분쯤 임실읍에 있는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사망 전 지인에게도 "인사이동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간부와 함께 일하게 돼 힘들 것 같다"며 성범죄 피해를 알리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A씨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사실관계를 명백히 밝혀줄 것을 수사기관에 요구했다. 임실경찰서는 A씨 사망과 성폭행 피해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A씨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하고 유족과 관련 공무원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하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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