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특별지위 박탈 불안하지만... 일단 관망 속 신중모드

입력
2020.07.15 17:00
2면
유학 등 문의 지속... 정부 "자본 오히려 유입"
경제 지표는 호조... 보안법 적용 가속화 우려
'헥시트'에 신중... 코로나 확산 '3차 유행' 기류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으로 압박하고 미국은 특별지위를 박탈하면서 홍콩 시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다만 홍콩의 인력과 자본이 대거 빠져나가는 '헥시트(Hexit)'로 번질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이다.

동시에 미국이 '홍콩자치법'과 행정명령으로 보안법과 연관된 중국 개인 및 기관에 대한 제재를 공언하자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홍콩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가 15일까지 사흘 연속 50명에 육박해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홍콩 정부는 "금융자본 이탈 우려는 기우"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해외 유학과 이민으로 홍콩을 떠나려는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올해 홍콩의 대입시험 응시자는 5만2,000명으로 2012년 이후 최저수준에 그친 반면, 대만에서 대학에 다니려는 유학생 수는 지난해보다 69% 급증했다. 영국ㆍ호주 유학은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늘었다. 동방일보는 "지난 5월 말 홍콩보안법 추진이 구체화한 이후 해외 이민 문의가 이전보다 3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홍콩보안법으로 취재 활동에 제약이 많다며 홍콩 사무소 일부를 서울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콩에 유입된 대다수 자본은 여전히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홍콩 경제에 아직은 뚜렷한 악재로 작용하지 않은 탓이다.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은 "4월 이후 1,000억 홍콩달러(약 15조원) 이상의 해외자금이 유입됐다"며 "환율도 안정적이고, 홍콩 증시는 하루 거래액이 2,000억 홍콩달러를 돌파해 강세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관세 혜택을 폐기하며 제재에 나서더라도 금융허브 홍콩의 경쟁력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홍콩 자체 생산품의 대미 수출 비중이 0.1%에 불과한데다 홍콩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 비율은 90%를 넘어 싱가포르 등 경쟁국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빈과일보는 "미국이 특별지위를 박탈해도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라며 "홍콩자치법으로 미국이 개입할 여지를 남겨놓았기 때문에 오히려 중국의 개입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당장은 지난 주말 치른 민주진영의 예비선거에 대해 홍콩 정부가 어떤 잣대를 들이댈 지가 더 큰 관심사다. 중국은 관영 매체를 통해 "보안법을 적용해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며 부추기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서 방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지난주 이후 감염자 222명 가운데 78명은 경로를 추적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나 집단 감염을 통한 '3차 유행'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