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의 진정한 친구' 김창범 대사 떠난다

입력
2020.07.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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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역동적인 젊은 거인
친한ㆍ지한파 인사 전폭 지원해야"


그는 늘 현장에 있었다. 자카르타 테러(2003, 2004년), 두 번의 쓰나미(2004년 아체, 2018년 팔루) 그리고 유례없는 약 1,000㎞의 자바 횡단(2019년). 그는 항상 사람 곁에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호복 공동 생산, 교민을 위한 협력병원 지정 등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소신을 실천했다. 겸손, 열정, 정성, 솔선수범, 탁월한 네트워크 등 지인들의 한 줄 평은 허투루 버릴 게 하나 없다.

김창범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대사가 약 2년 반의 임무를 마치고 17일 귀국한다. 15년 전 정무참사관(2003~2005년) 근무를 감안하면 두 번째 인연을 마무리하는 셈이다. 세 번의 양국 정상회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타결,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등 운도 좋았고 각종 자연재해와 코로나19 등으로 다사다난했다. 15일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남북이 공동 입장하고 단일팀을 꾸린 아시안게임이다. 남북 정상 판문점 회담 직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남북 대사를 함께 초청해 분위기를 띄웠다. 역사의 물결이 넘실대는 생동감 있는 외교현장이었다. '지방 속으로' 기치 아래 5박6일간 자바섬을 횡단한 '트코 낭 자와(한국 친구, 자바에 오다)' 프로젝트는 우리의 역량이 집결된 팀 코리아의 성과다. 현지인들도 놀랐을 정도다."

트코 낭 자와는 지난해 공공외교 최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아쉬운 점은.

"개인적으로 34개 주(州)를 다 방문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발로 뛰고 사람들을 더 만나고 싶었는데 25개 주만 다녀왔다. 공적으로는 인도네시아인들은 한국을 기대와 동경으로 바라보는 반면 한국인들은 시각이 여전히 제한적인데, 그 간격을 온전히 메우지 못했다."

-우리가 인도네시아에서 챙겨야 할 부분은.

"인도네시아는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변하는 젊은 거인이다. 현대사의 굴곡, 민주화의 여정, 시장경제 도입 등 우리와 공유하는 가치가 아세안 10개국 중 가장 많다. 사랑도 한쪽으로 기울면 오래 가기 어렵듯 양국 관계도 인적 교류를 통해 상호 지지하고 이해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한국에서 유학한 인재가 10년, 20년 뒤 이 땅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여건을 전폭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계획은.

"10월쯤 친구와 작은 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일하는 2만8,000명의 인도네시아 노동자를 돕는 일도 구상하고 있다."



김 대사는 "현지인과 함께 숨 쉬고 땀 흘린 대사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최근 연애편지라는 제목을 단 현지매체 기고에 이렇게 작별인사를 고했다. "자우 디 마타 나문 드캇 디 하티(Jauh di mata namun dekat di hatiㆍ멀리 떨어져도 있어도 마음은 늘 함께 있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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