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피해자 보호주의 ②불관용 ③근본적 해결
더불어민주당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에 대한 ‘미투’ 이틀 만인 2018년 3월 7일 발표한 '권력형 성폭력 대응 3대 원칙'이다.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는 이 같은 원칙이 결정된 당 전국윤리심판원ㆍ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며 더욱 엄격한 잣대로 성범죄 근절과 예방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권력형 성폭력 의혹을 민주당이 다룬 태도는 3대 원칙과 한참 거리가 멀었다. 민주당의 약속이 2년 만에 공중 분해된 것이다.
첫 번째 원칙인 ‘피해자 보호주의’와 관련해 민주당은 2년 전 △피해자에 대한 전폭적 지지와 보호 △가해자의 역고소에 대한 법률상담 및 사건지원 △허위사실 유포 등 2차 가해자 조치 △성폭력 예방을 위한 폭력예방 교육 체계 마련을 약속했다. 불이익을 감수하고 용기를 낸 미투 주체를 보호하고 위력을 앞세운 가해자의 보복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주로 가해자로 지목된 박 전 시장, 엄밀히 말하면 그의 '명성'을 보호하는 데 치중했다. 성추행 의혹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이해찬 대표가 욕설로 응답한 것이 대표적 장면이다. 이 대표가 장례위원장을 맡은 박 전 시장 장례위원회가 13일 피해자 측의 기자회견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피해자 보호주의에 배치된다.
13일 기자회견에서 제시된 증거를 통해 박 전 시장 혐의가 상당 부분 드러났는데도, 민주당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르기를 고집하고 있다. 피해자의 주장을 전폭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태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불관용’ 원칙 역시 후퇴했다. 민주당은 2년 전 당내 인사의 권력형 성폭력이 확인되면 정치적 유불리에 대한 고려를 배제하고 즉각 출당ㆍ제명하고, 공직선거 후보자의 후보 자격 박탈하겠다고 공언했다.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이 방송 인터뷰에서 폭로됐을 때 민주당은 2시간 만에 그를 출당하고 제명했다.
이후 민주당의 단호한 태도는 점차 물러졌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때는 그가 성추행을 인정하고 시장직에서 물러난 지 사흘 만에 출당ㆍ제명을 결정했다. 박 전 시장은 사망해 출당ㆍ제명을 논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민주당이 그의 의혹에 '불관용'으로 대처했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박 전 시장이 고인이 됐다는 점을 앞세워 여론의 '관용'을 유도하는 태도를 취했다.
세 번째 원칙인 ‘근본적 해결’을 위해 제시한 입법 과제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민주당은 2년 △여성폭력방지법 제정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 △성폭력처벌법 공소시효 배제 추진 등을 다양하게 약속했다. 이중 여성폭력방지법과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그루밍’(길들이기)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법만 20대 국회에서 처리됐다. 백혜련ㆍ정춘숙 의원 등이 21대 국회에서 '미투' 후속 법안을 다시 발의했지만 민주당이 이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움직임은 없다.
민주당 의원 176명 중 146명이 남성, 그것도 중ㆍ노년 남성이 대부분인 민주당의 ‘젠더 감수성’이 근본적 문제로 지목된다. 민주당이 최근 ‘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최고위원회의 멤버 3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약속을 저버린 것에서 보듯, 차별 구조를 깨려는 시도에 대한 반격(백래시ㆍBacklash)이 실존한다는 것이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15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백래쉬적인 판단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여성에 관해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마음들이 결정에 영향을 준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