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정부 "2027년까지 화웨이 제품 철거하라" 통신사에 지시

입력
2020.07.14 22:37


"화웨이 제품을 모두 철거하라"

영국 정부가 자국 내 모든 통신사들에 오는 2027년까지 모든 화웨이 제품을 철거하고 다른 장비로 대체하라고 지시했다. 화웨이 측은 "영국의 디지털화를 늦출 것"이라며 영국 정부에 결정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올리버 다우든 영국 미디어장관은 14일(현지시간) 하원에 출석해 브리티시텔레콤(BT)와 보다폰 등 영국 통신사업자들은 올해 12월 31일부터 화웨이의 5세대(5G) 이동통신 부품을 구매하는 것이 금지되고 모든 화웨이 장비를 2027년까지 철거해 다른 장비로 대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우든 장관은 "화웨이와 같은 중국 기업의 제조품은 매우 위험하다"며 "국가사이버안보센터(NCSC)는 영국 5G 네트워크 내 화웨이 장비 존재에 대한 안보 평가를 크게 바꾸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화웨이에 가한 제재로 인해 화웨이 장비 공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며 "영국은 화웨이 5G 통신장비에 더 이상 확신을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 화웨이에 대한 대안도 제시했다. 다우든 장관은 "화웨이를 대체하기 위해 우선 두 통신장비업체 에릭슨과 노키아가 보호될 필요가 있으며, 둘째로는 삼성과 NEC 등 다른 새로운 공급업체들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는 지난 1월 5G 사업에서 비핵심 부문의 화웨이 장비 점유율을 35%로 제한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집권 보수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에 따라 전면 보이콧으로 선회한 셈이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 장비 사용이 중국의 영국 네트워크 침투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다면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파이브아이즈'가 수집한 정보에 대한 영국의 접근을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달 30일 화웨이와 ZTE에 대해 중국 공산당 및 군사기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유로 국가 안보 위협 기업으로 지정해 미국 통신업체들이 이들 업체 장비를 구입할 때 연방정부 보조금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영국 정부의 철거 지시에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화웨이는 영국 정부의 결정이 "휴대전화를 가진 영국 내 누구에게나 나쁜 소식"이라며 "영국의 디지털화를 늦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이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화웨이는 영국 정부에 화웨이 금지 결정을 재고할 것을 촉구하며 "우리는 여전히 미국의 새로운 제재가 영국에 대한 우리 제품 공급의 안정이나 안전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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