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백종원, 예능 대세 된 이유

입력
2020.07.14 18:35


"남편에게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일들이 잦다 보니 가족과 함께 다닐 때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엄마 곁으로 다가오죠. 저는 많아 봐야 하루에 1, 2번 정도 사진 요청을 받아요."
-백종원 아내 소유진

지난 1월 소유진은 KBS2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 4'에 출연해 불평 아닌 불평을 늘어놓았다. 배우인 자신보다 기업인 겸 요리연구가로 활동하고 있는 남편 백종원이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소유진의 남편' 정도로 인식됐던 백종원은 오늘날 그 자체로 이슈의 중심에 섰다.

2015년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인지도를 쌓기 시작한 백종원은 이후 '집밥 백선생' '한식대첩' '먹고자고먹고' '백종원의 푸드트럭'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고교급식왕' '양식의 양식' 등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다. 2019년에는 'SBS 연예대상'에서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백종원의 열일 행보는 2020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맛남의 광장'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 중이며, 지난달 말부터는 '백파더 : 요리를 멈추지 마!'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유명 연예인만큼 바쁜 스케줄이다.

무엇이 '소유진의 남편'이었던 백종원을 예능 대세로 만들었을까. 그 이유는 백종원이 출연 중인 프로그램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백종원의 가장 큰 장점은 '착한 오지랖'이다. 예능 속 백종원은 타인의 어려움을 지나치지 못하며, 식당과 농가를 살리는 일에 개인의 자산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이러한 모습이 안방극장에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은 위기를 맞은 식당의 주인에게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한다. 기업가로서 식당 운영 방식에 대해 조언하고, 요리 연구가로서 몇 가지 레시피를 전수해 주기만 하면 되는 상황 속에서도 백종원은 특유의 착한 오지랖으로 사장님들을 물심양면 돕는다. 홍탁집 사장님에게 출근, 가게 준비, 마감 등에 대해 1년 동안 문자 보고를 받았으며, 화재로 가게가 다 타버린 칼국숫집 사장님을 위해 몰래 인테리어 비용을 보탰다.

'맛남의 광장'에서는 어려운 농가를 위해 자신의 인맥도 동원한다. 지역 농산물의 꾸준한 소비를 목표로 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키다리 아저씨'라는 존재가 있다. '키다리 아저씨'는 백종원의 SOS를 받은 그의 지인들이다. 첫 번째 키다리 아저씨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백종원의 전화를 받고 못난이 감자 30톤과 왕고구마 300톤을 매입해 판매했다. 두 번째 키다리 아저씨 함영준 오뚜기 회장 역시 완도 다시마를 넣은 라면을 출시했다.

'동네 아저씨 같은 소탈함' 역시 백종원이 예능 대세가 될 수 있었던 이유에서 빼놓을 수 없다. 방송 프로그램 속 백종원은 항상 눈치 보는 일 없이 솔직한 생각을 밝힌다. 때로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출연진과 유쾌한 케미스트리를 자랑하기도 한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검색했을 때, '일침'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함께 등장한다. 그만큼 백종원은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백종원은 "이렇게 하면 망한다" "나태하다" "음식을 우습게 알면 안 된다"고 느낀 그대로 말한다. 이런 꾸밈없는 말들은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하는 동시에 의뢰인으로 등장한 사장님들의 성장을 돕는다.

'맛남의 광장'에서 보여주는 양세형 김희철 김동준과의 케미스트리도 유쾌함을 더한다. 세 사람은 백종원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백종원은 장난스레 '삐' 소리로 처리되는 욕을 하거나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유명인이라기보다 친근한 이웃 같은 소탈한 모습이 시청자들을 웃게 만든다.

훈훈함과 유쾌함을 모두 잡은 백종원이기에 앞으로 그가 예능에서 보여줄 또 다른 활약에 기대감이 모인다. 재능 기부에 이어 광고 출연료 기부까지 선한 영향력을 꾸준히 행사해오고 있는 만큼 대세 행보를 오랫동안 이어가길 바란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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