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뒤늦게 "피해자 보호원칙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14일 오후 여가부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관련 여성가족부 입장'을 내고 "고소인은 현재 신분노출 압박, 비방 등 2차 피해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즉각 중단돼야 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같이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보호원칙에 따라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힌 여가부는 "현재 이 사건 피해 고소인은 피해자 지원기관들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여가부는 지원기관 협력체계를 통해 추가로 필요한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여가부는 서울시에 성희롱 방지조치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여가부는 "서울시에 재발방지대책을 수립ㆍ시행하도록 하고, 여가부에 이를 제출하도록 요청하겠다"며 "서울시가 요청할 경우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 '성희롱ㆍ성폭력 근절 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컨설팅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여가부의 입장 발표는 최근 여가부가 성평등 주무부처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급하게 나온 것으로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여가부는 2018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사실이 드러난 직후 충남도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선 바 있다. 이번에도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박 시장까지 잇따라 고위공직자 성비위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여가부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오지만 여가부 관계자는 "아직 그 단계까지는 논의를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 활동가는 여가부의 소극적인 대응에 "서울시는 (피해 고소인의 잇따른 내부도움 요청도 묵살당하는 등) 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진 상태인데, 서울시 내부에서 조사기관을 꾸려봤자 누가 믿을 것이냐"라며 "결국 책임있는 기구가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하는데 여가부는 단순히 '협조하겠다'는 입장이 아니라 서울시 특별점검 등 중앙행정부처가 주도해서 사태를 파악하겠다고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